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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재접수 반대" 국민청원 20만 넘어···구제가 가능하긴 한 걸까?
"국시 재접수 반대" 국민청원 20만 넘어···구제가 가능하긴 한 걸까?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8.26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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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C, 의대 학장들에 "시험일정 변경 요청시 즉시 조치해달라" 안내문 발송
의약분업 때도 필기시험 거부, 사후 구제 받아···이번엔 '실기', "상황 많이 달라"
25일 오후 4시 40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해당 게시글이 24만3858명의 동의를 얻었다.
25일 오후 4시 40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해당 게시글이 24만3858명의 동의를 얻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단체로 국가시험 응시를 취소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대생 국시 재접수를 불허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25일 현재 2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직접 답변을 해줘야 하는 정족수를 충족했다.

앞서 의대협 대표를 시작으로 전국의 의대생(본과 4학년)들은 이미 접수한 국가고시 접수를 취소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의사가 되기 위한 자격 획득을 1년간 미루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들을 구제해선 안 된다며 국민 청원에까지 나섰지만 의료계 주변에선 아직 어린 학생들이 이같은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 

실제로 스승인 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번에 국시를 포기한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응시 취소 서류를 접수한 학생들에게 시험 일정 변경 신청 등 구제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는 24일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안내문에서 “오늘 국시원 관계 인사분들과 KAMC 상임이사진이 긴급 원격회의를 해, 불필요한 논란과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장님들께 드리는 행동요청”이라며 “국시 취소 서류를 접수한 학생 중에서 취소가 아니라 시험 일정을 변경(10월 중순 이후 일정)하고자 하는 학생이 있으면 아래 두 가지 방안을 소개하시고 즉시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안내문에 따르면 시험 일정 변경을 원하는 학생들이 학교에 응시 의사를 알릴 시, 학장이 명단을 취합해 국시원으로 보내는 방안과, 개별적으로 국시원을 직접 방문해 응시 연기 신청을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안내문에서 KAMC는 “위 사항은 시간이 급박해 우선 9월 첫 주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며 “그 이후는 의-정 협의 상황과 연기 비율 등을 고려해 다시 정해서 알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여의도에서 열린 '젊은 의사 단체행동' 집회에 참석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 거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도 의대생들의 90% 이상이 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의사 국가시험 원서접수 마지막날인 2000년 10월 20일 기준으로 응시 대상자 3200여명 중 300여명만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당시 전국의과대학장협의회(현 KAMC)는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추가접수를 요구하는 등 대책에 나서기도 했다.

의약분업이 한창이던 2000년에 인턴으로 근무했던 문석균 중앙대병원 교수는 “당시 기억으로 시험을 늦추기보다는 서류접수 기간을 연장시켰던 것 같다”며 “그 다음해에 의대생 후배들이 인원도 똑같이, 시험을 보고 다 들어왔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하지만 현재 대통령까지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싸움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후배들이 자랑스러워 열심히 당직을 서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생들이 거부한 시험은 필기시험이다. 이번에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응시를 취소한 시험은 실기시험이다. 실기시험은 2010년부터 처음 도입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해 국가고시 실기시험 연기가 추진되고 있지만, 일주일 뒤로 다가온 이번 시험이 ‘실기시험’인 데다 의료계 파업을 둘러싸고 정치적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응시 일정 변경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AMC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약분업 때는 필기 시험만 봤기 때문에 (재응시가) 좀 더 수월했을 것”이라며 “실기를 봐야 하는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KAMC 상임이사진이 24일 배포한 안내문에서도 “위 사항은 복지부에 통보된 사안으로 혹시 불허 결정이 나면 세부사항이 변경될 수 있다”며 추후 결정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재호 국시원 실기시험본부장은 본지 통화에서 “국시원에서 응시 일정 변경을 하려면 복지부에서 결정할 부분들이 있다”면서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 (복지부의) 국가고시 중요 방침 등은 국시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또 “응시 연기 신청을 현재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일이나 모레 중으로 (응시 연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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