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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대화'가 파업 철회?···정치권과 의료계의 '동상이몽'
'진정성 있는 대화'가 파업 철회?···정치권과 의료계의 '동상이몽'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8.24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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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총리 간담회 하루만에 정치권서 잇따라 '파업 철회' 촉구
의료계, 정부 스스로 의료계와 협의 없음 인정···원점에서 논의해야
24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24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공의들이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나 “진정성 있는 논의의 시작”을 합의하자 정치권에서 '파업 철회'를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진정성 있는 논의를 양측간 대화의 시작이 아닌, 의료계의 일방적인 양보 내지는 투항으로 해석한 셈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정부의 합의를 언급하며, “코로나 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의료진 부족 사태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히포크라테스의 서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의료현장에 복귀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3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합의 이후 “파업 철회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또 다시 “의료현장 복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가지고 의료계와 대화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의료계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민주당 또한 진지하게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의료계의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남 최고위원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 의대정원 확대 추진 등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의료계는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투쟁방법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원만히 협의해나갈 것을 당부 드린다”며 “오늘 정세균 국무총리께서 의사협회와 긴급회동을 통해 협의할 예정인데 파업을 철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진정성 있는 논의”를 언급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전공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 복귀하기로 했다”며 “진료 거부 철회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의 위기 속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 수석대변인은 “정부도 의료진의 결정을 존중하고, 단계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한 만큼 향후 진정성 있는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결단에 이어 대한의사협회와의 대화도 발전적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일관되게 “단체행동을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파업을 철회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정책 철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년의사들과 소통하기 위한 국무총리의 노력을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4대악 의료정책 철회에 대한 아무런 진전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전협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어제) 정부 측에서 여러 합의안을 제시했다”면서도 “대전협 비대위는 합의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범의료계 투쟁위원회를 통해 협상하게 될 것을 공표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파업 철회를 조건으로 정부가 대전협에 여러 합의안을 제안했지만 대전협이 이를 “범의료계 투쟁위원회와 협상하라”고 밝힌 것이다.

이어 대전협은 “해당 합의안에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정책 전 과정을 논의하겠다는 표현이 담겨 있을 뿐, 철회나 전면 재논의 형태가 아니었으며, 첩약급여화 및 의료일원화와 관련된 정책은 언급돼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대정원 확대는 원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몇 명을 늘릴 것인지부터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며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KBS 방송에 나와서 의협과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다고 인정했다. 그렇기에 의료계와 원점에서 제대로 된 협의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정부 여당과의 이견이 적지 않지만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최근 의료계와의 만남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제 소통의 시작이 열리려고 하는 정도라고 본다”며 “이번을 계기로 (정치권과 의료계가) 소통하고 꾸준히 대화할 수 있는 협의체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또 “초기에 정책을 수립할 때부터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의료계가 현장에서 (원하는) 어떤 방식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면, 정치권과 소통하는 조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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