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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터뷰] 홍성진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前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
[줌 인터뷰] 홍성진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前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
  • 의사신문
  • 승인 2020.08.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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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중환자의학… 학회의 미래발전적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2018년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홍 부회장은 올해 임기를 마쳤다. 10~20년 함께해 온 학회의 핵심멤버들은 그를 든든히 뒷받침했다. ‘중환자의학의 발전과 중환자실 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모두 한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 2년간 의료정책 제시와 의료계 내 및 대국민 홍보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임기를 마칠 무렵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장기화는 중환자실 진료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홍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회의 미래발전적 행보 응원할 것,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기회 만들어야…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980년 대한구급의학회로 창립한 이후, 1996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활약했다. ‘중환자의학’이라는 학문을 발전시켰고 중환자실 진료·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시와 교육, 홍보에 주력했다.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중환자실 시스템 개선을 위해 학회는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홍 부회장은 그 과정 속에 있었다.

그는 회장으로 취임하며 강한 의지를 품었다.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학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도 했다. 게다가 고령화 시대에 중환자실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시스템의 현실화는 갈 길이 멀었다. 홍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학회를 재단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중환자의학은 학문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해 양질의 진료·치료 혜택을 제공하기까진 거리감이 있습니다. 학회의 정체성인 학문의 발전은 기본이고, 의료정책에 중환자의학을 포함시켜 바람직한 중환자 진료·치료 과정과 시스템이 정책화되는 데 기능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재단’이었습니다.”

1년간 홍 부회장은 이 사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복지부에서 최종적으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아쉬움은 남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급증한 중환자 수는 중환자 진료의 중요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중환자의학의 필요성을 방증했다. 학회 입장에서도 코로나19 사태를 직접 경험하며 다소 막연했던 학회의 재단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구동산병원에 중환자 의료진을 파견했던 일례가 있습니다. 대구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을 때 글로벌케어라는 NGO단체에서 학회에 의료진 공급을 요청했죠. 워낙 긴급한 상황이라 복지부에서도 흔쾌히 도움을 주셨고,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님께서도 중간 매개 역할에 힘써주셨습니다. 다행히 일사천리로 대구동산병원에 20개 병상을 열 수 있었습니다.”

학회는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서 중환자들을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전문 의료진을 파견, 헌신적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행보는 사회 곳곳에 학회의 역할을 각인시켰다. 이 공로로 홍 부회장은 대구동산병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재난 상황에서 중환자 의료진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일, 의료진의 역량 강화를 위해 꾸준히 교육하는 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재난 상황 발생 시 의료진을 파견하는 일 등 코로나19를 통해 학회의 역할과 방향성이 더욱 풍성해졌다. 또한 홍 부회장은 환자, 나아가 국민을 위한 요구를 정부에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다시금 느꼈다.

“현 정책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거절할 수 없는 모범답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대구동산병원 사례처럼 해결책을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다면 더욱 발전적인 미래를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중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명률은 중환자 진료의 질에 의해 결정되기에 중환자 진료의 실태 파악과 진료 대응 방안이 무척 중요하다. 의료계 내에서도 중환자의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학회의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홍 부회장은 감염이나 재난 등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전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중환자실의 진료 환경 수준은 곧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자 국민 건강과 직결

응급실은 익숙하지만 중환자실은 익숙지 않고, 두 곳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보호자에게도 쉽게 노출되지 않고, 늘 죽음이 도사리는 구역이라는 막연한 공포심 때문일까. 속사정을 세세히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드물다. 큰 문제는 ‘중환자실은 죽기 전에 거치는 곳’이란 통념이다. 홍 부회장은 이 점이 안타깝다. 실제로 중환자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상당수 회복한다. 중환자실은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서 나오는 곳이라는 얘기다.

홍 부회장은 중환자실에 대한 전체적인 개념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임기 동안 그가 대국민 홍보에 주력한 이유다. 특히 다양한 의료계 행사에 참여해 중환자의학을 알렸다. 대국민 홍보만큼 의료계 내에서의 홍보에도 무게를 실은 것이다.

“중환자실은 1960년대 중반에 생겼습니다. 그때만 해도 인공호흡기 치료가 전부였죠. 그러나 1970~1980년대부터 ‘중환자의학’이란 학문이 발전했고 과학적 논리에 근거하는 치료 과정이 생겼습니다. 이제 중환자실 치료는 단순히 환자를 잘 보살피는, 케어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환자를 치료해야 합니다. 아직 의료계 내에서도 그 개념이 미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지속해야 합니다. 당위성을 증명해야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그래야 중환자실 수준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환자실 진료 환경 수준은 곧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라고 홍 부회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의료의 질은 당연히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학회 차원에서 전담 전문의의 필요성을 알리고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켰지만, 청사진을 현실화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중환자실 수가체계 개선 및 등급화, 충분한 인력 확보, 전문의 배치 등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홍 부회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중환자실을 지키는 의료진이 더 이상 번아웃되지 않길 바란다.

“중환자실 의료진은 환자 한 명, 한 명의 생명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 환자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잠깐 뒤를 돈 사이에 환자의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환자가 사망하면 그 좌절과 죄책감은 고스란히 의료진에게 전해집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누구라도 번아웃이 올 수밖에 없죠. 하루빨리 중환자실 환경 및 치료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선순환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중환자실은 죽기 전에 가는 곳’, ‘중환자실은 죽어서 나오는 곳’이란 통념도 자연스레 사라질 거라고 그는 기대한다.

◆내 능력과 재능을 나누는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홍 부회장은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직도 맡았다. 학회장 임기를 마친 뒤로는 서울시의사회 회무에 더욱 집중하는 중이다.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는 데 있어 그는 ‘운이 좋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학회 멤버들과의 팀워크는 더할 나위 없었고, 서울시의사회의 팀워크도 환상적이라고 덧붙인다.

“여태껏 사회생활을 해오며 이런 조직은 본 적이 없습니다. (웃음) 각자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찾고, 적극적으로 회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편에 속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구성원 간 에너지가 잘 맞습니다. 바쁘다는 생각은 해도 늘 즐겁고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삶에 에너지를 얻고 있죠.”

홍 부회장은 조직의 리더, 구성원으로 일할 때 ‘사람에 대한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뢰하는 사람에 대한 인정은 당연하다. ‘이 분야에서는 당신이 최고다’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고 믿어주는 태도가 조직을 활기차게 만든다고 믿는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애정은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고도 덧붙인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조직의 리더에게는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저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논리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중간에 내가 이해한 바가 맞는지 꼭 확인을 받아요. 같이 생각하고, 고민한 논리를 행동으로 구현하려 노력합니다.”

홍 부회장은 ‘모든 일은 혼자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함께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늘 긍정적인 방향을 지향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의 합은 매우 만족스럽다. 그의 단기적인 계획은 서울시의사회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계가 환자, 나아가 국민을 위해 발전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다.

홍 부회장은 정년까지 5년이 남았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깊은 애정은 삶의 원동력이었다. 의사로서의 정체성은 그를 달리게 했다. 눈앞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며 큰 성취감을 느껴온 삶이다. 그런 그가 정년 후에는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며 자유롭고 편안한 노년의 삶을 즐기고 싶다며 웃는다. 그래도 긴 시간 의사로 살아오면서 몸에 벤 삶에 대한 태도는 변치 않을 듯하다.

“내려놓는 삶을 그리고 있지만, 성취가 전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늦은 밤에도 응급수술이 있으면 병원 수술방으로 달려갔어요. 삶을 돌아봤을 때, 환자를 살리는 것만큼 큰 행복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가진 능력과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누는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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