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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의대증원 설문조사에 '여론조작' 의혹···의협 "이게 나라냐?”
권익위 의대증원 설문조사에 '여론조작' 의혹···의협 "이게 나라냐?”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8.1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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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국민의견 묻겠다'며 실시한 설문에 일부 지자체 개입 의혹
의협 "반대여론 잠재우려 관권 동원 개탄···권익위 설문 중단해야"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실시 중인 설문조사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여론조작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의료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9일 국민권익위원회의 의대 정원 확대 관련 국민의견 조사와 관련해 "정부가 설문조사 결과를 정책추진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부적절한 권익위의 설문조사는 즉시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앞서 지난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 동안 국민정책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당정이 의대 정원 확대를 협의해 발표한 이후 권익위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관련 민원이 5000여 건 이상 제기되는 등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설문 항목은 △지역별 의료 불균형 해소 방안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 등 의사 수 확충 방안 △의료인력 파업에 대한 의견 등 총 5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의협에 따르면 최근 남원시와 목포시 등 의대 유치를 희망하는 일부 지자체들이 '설문조사 참여 협조요청' 공문까지 발송하는 등 소속 공무원들의 설문 참여를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자체는 공문에 전직원이 필히 설문에 참여할 것과 설문 결과를 회신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남원시의 경우 행정통신망인 ‘새올’에 ‘시장님의 당부사항’이라며 가족과 친지들까지 설문에 참여하도록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목포대 의과대 유치 관련 청원에 소속 공무원들이 복수로 참여해 1인당 수차례씩 동의하도록 하면서 관련 매뉴얼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심지어 새올에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중복 동의가 가능하니 각각 계정별 동의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중복으로설문에 참여할 것을 유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은 의사인력의 수급과 관련한 보건의료정책으로서 여론이 아닌, 과학적 연구와 추계,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자체의 여론 조작 행태 역시 개탄스럽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주무부처는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권익위는 설문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전문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편파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여기에 의대 유치에 혈안이 된 지자체는 단체장의 권한과 위력을 내세워 소속 공무원들에게 여론조작을 종용하는 한심한 풍경 앞에 그야말로 할 말을 잃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애초 권익위가 이와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충민원의 처리와 이와 관련된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 공직사회 부패 예방 등을 위해 존재하는 권익위가 의료계의 백년대계를 결정해야 하는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대상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의협은 "관권을 총동원해 여론을 유도·조작하고 정책 추진에 대한 합리적인 반대여론을 왜곡해 잠재우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부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를 거쳐 강력하게 대응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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