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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 주장···전문가 반응은?
러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 주장···전문가 반응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8.12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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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상 임상시험 없이 등록···안전성과 유효성 제대로 입증 안 됐다는 전문가 지적 이어져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지만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세계 최초로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력을 가진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며 특히 “30대 중반인 내 딸도 접종을 받았는데 체온이 일시적으로 조금 올라갔을 뿐 다른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전염병 연구소인 가말레야 센터가 국방부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백신의 명칭은 지난 1957년 구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로 명명됐다.

하지만 이 백신이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등록된 것이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백신은 지금으로부터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달 중순에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각각 38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이 마무리된 데 이어 2상 임상시험을 불분명하게 실시한 뒤 곧바로 등록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3상 임상시험은 수천 명의 러시아 자국민을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3상 임상시험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1~3상 임상시험을 완료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다음에야 백신이 공식적으로 등록, 시판될 수 있는데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등록했다는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는 이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등록이 이루어져 ‘선등록 후검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신약 연구 개발 단계별 성공확률은 전임상 69%, 임상1상 54%, 임상2상 34%, 임상3상 70% 수준이다. 3상 임상시험을 마쳤다고 해서 100% 허가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어서 우선 신약 허가신청(NDA, New Drug Application)에서 실패할 확률만 9%나 되고 임상 3상을 통과하고도 시판 후에 문제가 발생해 시장에서 퇴출된 의약품도 적지 않다. 일례로 프랑스의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개발한 뎅기열 백신 ‘뎅그박시아’의 경우 지난 2017년 시판됐다가 접종자 중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나타나 퇴출됐다.

이번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어떤 백신이든 사전 자격 심사에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모든 필수 자료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러시아 임상시험협회조차도 “백신을 빠르게 승인한 것이 러시아를 ‘코로나19 경기’의 지도자로 만들지 않고 백신 접종자들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고 12일 보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백신 개발을 위해 곧 3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임상 3상에서 위약 투여군을 제외한 1만5000명 중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시판 후) 수억 명이 접종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러시아가 개발했다는 코로나19 백신의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며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돼야 국내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 러시아 백신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제야 정보를 확보한 수준”이라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기본적 데이터가 확보돼야 국내 도입과 접종을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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