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주사용품 재사용해 의사면허 정지, 법원의 판단은?
일회용 주사용품 재사용해 의사면허 정지, 법원의 판단은?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8.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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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16년 2월 이전 천자침 재사용한 의사 A씨에 1개월 자격정지
고법 “재사용 금지한 의료법 개정 이전 일, 금지의무 없어"···1심 뒤집어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 일회용 금속성 척추 '천자침'을 재사용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개정 이후에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등법원은 이와 같은 사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1개월의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의사 A씨는 경막상 주사나 척추 후지내측지 신경 차단술을 시행할 때 천자침을 사용했다. A씨가 사용한 천자침은 포장지에 '일회용'이라고 기재된 비닐봉지에 1개씩 포장돼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천자침을 보통 1~3회 정도 사용했고, 대신 사용 전후로 고압 멸균기인 오토클레이브에 멸균 소독했다. 

지난 2016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처럼 A씨가 천자침을 재사용한 것과 관련해 A씨를 조사했다. 이듬해 2월에는 보건복지부가 A씨를 재조사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 의료법 위반을 근거로 A씨에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보건복지부의 처분 근거가 되는 의료법 등 법령이 위헌 또는 위법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A씨는 “(보건복지부의) 처분 근거가 되는 의료법 66조 1항 1호의 ‘품위 손상’이나 의료법 시행령 32조 1항 2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모두 그 개념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2016년 2월 이전 천자침 재사용 행위는 의료법 시행령 32조 1항 2호가 정하고 있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인 대전지방법원은 2019년 5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대전고등법원은 “이 사건의 ‘행위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할 때 의료기기에 ‘일회용’이라는 표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이 그 의료기기를 재사용해서는 안 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 이후인 2016년 5월 의료법이 개정돼 ‘의료인은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을 한 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며 “법률 개정의 내용과 이유를 종합하면,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 대한 재사용 금지가 법률상 의무로 명시된 것은 2016년 5월이고 그 전까지는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 대한 재사용 금지 의무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근거 법령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의료법 시행령은 품위 손상 행위의 구체적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면서 “의료법이 ‘품위 손상’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일반조항을 사용했더라도 법관에 의해 합리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의사도 이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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