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4000명 증원 재검토 해달라"···예방의학 교수들 이름 걸고 '청와대'에 호소
"의대 4000명 증원 재검토 해달라"···예방의학 교수들 이름 걸고 '청와대'에 호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7.29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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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 증가추이, 인구 10만명당 의대정원 등 들며 정부안 조목조목 비판
"공중보건의와 은퇴의사만 활용해도 '지역의사 역할' 충분히 할 수 있어"
박윤형 교수 "일부 찬성하는 교수 의견이 전체로 오인될까 실명으로 청원"

오는 2022학년도부터 10년에 걸쳐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기로 한 정부 정책에 대해 일선 대학의 예방의학과 교수들이 실명(實名)을 내걸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윤형 순천향대병원 교수와 박은철 연세세브란스병원 교수 등 예방의학과 교수 15명은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당정 발표 4000명 증원안 재검토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청원에는 박윤형·박은철 교수를 비롯해 고광욱(고신대), 김상규(동국대), 김춘배(연세대 원주), 김현창(연세대), 박순우(대구 가톨릭대), 배종면(제주대), 윤태영(경희대), 이석구(충남대), 이성수(순천향대), 이혜진(강원대 병원), 임지선(을지대), 채유미(단국대), 황인경(부산대) 등 총 15명의 교수가 실명으로 참여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5시40분 현재 약 30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먼저 우리나라의 의사 1인당 인구 수가 지난 1980년 1500명 수준에서 2010년엔 500명 수준으로 3배나 증가하였고,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에서도 7.48명인 우리나라가 미국(7.95명), 일본(7.14명), 캐나다(7.72명) 등과 비교할 때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전국 시군구에 설치된 보건소에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약 1000명의 의사와 5000명의 간호사, 군 의무복무 대신 3년간 지방 국공립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약 3000명 등만 제대로 활용해도 부족한 지역의사 수급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공중보건의사는 사실상 '지방보건행정의 아웃사이더'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대부분 하루 평균 5~15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별도의 인력 증원 없이 이들 공중보건의사들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지역의사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보건지소 중 일부에 '은퇴 의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들은 청원에서 "현재 대학에서 65세 이상으로 은퇴하는 의사가 매년 약 200명 정도이고, 개원가에서 은퇴하는 의사도 연간 약 500명 이상으로 이들 중 급여가 적더라도 농어촌 보건지소에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근무하는 의사도 많다"며 "일본은 70년대부터 보건지소에 은퇴 의사를 배치해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병원의사 인력 수급 역시 “어려운 지방병원을 지원해 안정된 직장을 운영하면 지방병원 의사수급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료 교수들에게 이번 청원을 제안한 박윤형 순천향대병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공중보건의사와 은퇴한 의사들만 잘 활용해도, 정부가 주장하는 지역의사 부족의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알리기 위해 예방의학과 교수들에게 청원 동참을 제안했다”고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일부 예방의학과 교수들이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충에 찬성하는 모습이 모든 예방의학과 교수들의 의견인 것처럼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잘못 인식되고 있는 점을 바로잡기 위해 실명으로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학계나 의료계와의 토론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인력을 4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코로나 19에 대응해 열심히 노력하는 의사들의 사기를 매우 저하시킬 수 있는 문제”라며 “필요한 경우 학계와 의료계, 정부, 국회 등 활발한 토론을 거쳐 모두 공감하는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만큼, 4000명 증원안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에 동참한 박은철 연세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지역의사 3000명, 역학조사관 500명, 기초의학 500명 배치 등 낙인찍듯이 의료인을 증가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의사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정책은 옳지 않다. 방법론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기초의학 바이오 의료 연구비 지원은 4조원인 반면, 미국은 120조원으로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초의학 연구자를 늘려야 한다는 방안보다 연구비를 늘리면 당연히 기초의학자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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