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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원료서 발암물질 검출 의혹···식약처 “모니터링 중”
타이레놀 원료서 발암물질 검출 의혹···식약처 “모니터링 중”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7.29 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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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제약사서 생산한 아세트아미노펜서 검출, 네덜란드 언론 보도
식약처, “실제 가능성은 희박”···제약업계, 긴장감 속 상황 예의 주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해열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원료의약품에 발암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돼 국내에서 식약처도 조사에 나섰다.

사진출처: 뉴스1
사진출처: 뉴스1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에 이어 아세트아미노펜까지 발암물질 검출 사태로 규제당국의 철퇴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에 제약업계는 긴장한 모습이지만 식약처는 실제 검출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모 제약사들을 방문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의 불순물 포함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관련 제품 샘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중국의 원료의약품업체 안치우 루안 파마수티컬(Anqiu Lu'an Pharmaceutical)이 생산·공급한 아세트아미노펜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달 초 네덜란드 일간지 NRC는 중국의 원료의약품제조사인 안치우 루안의 3개 제조 단위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PCA라고도 불리는 ‘발암추정가능물질’ 4-클로로아닐린(4-chloroaniline)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에 구축된 이 3개 단위에서 생산 가능한 의약품 수는 약 3600만 개에 달한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식품안전청(EFSA)에 따르면 PCA는 유전물질을 손상시켜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NRC는 PCA의 위험성은 양 기관의 평가 기준에 따라 달라 EMA의 지침에 따르면 하루 6개 이하의 PCA에 오염된 알약을 복용할 경우 허용 가능한 일일 섭취량을 초과하지 않는 반면, EFSA의 기준에 따르면 EFSA의 허용 안전 수치보다 18배나 독성이 높다고 밝혔다.

NRC가 취재한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성학자들은 이 EFSA의 기준에 따라 “안치우 루안사의 오염된 의약품 생산과정을 추적해 관련 제품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안치우 루안사뿐만 아니라 안치우 루안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다른 원료의약품 제조사의 제품들도 PCA 오염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NRC는 “네덜란드 의약품평가위원회(CGB)가 분석한 결과, PCA는 EMA가 정한 기준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면서도 “CGB는 다른 유럽 국가의 분석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이부프로펜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해열진통제 성분이다. 제조방법이 간단하고 특허가 만료된 지도 오래되어 국내에도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등 다양한 국내외 제약사들의 관련 의약품들이 출시돼 있다.

알코올과 혼용하지 않고 적정량 사용 시 부작용도 거의 없다. 국내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있고,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약제들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이부프로펜’을 복용하면 코로나19에 잘 걸리고 중증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이부프로펜을 대체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이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재기’가 늘어 일부 약국에서는 1명당 타이레놀을 2개씩만 판매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까지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에게 ‘이부프로펜’ 대신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식약처 등록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내엔 총 100여 건의 아세트아미노펜 원료의약품이 등록돼 있는데, 이 중 20건이 안치우 루안이 생산한 아세트아미노펜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 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에서 실제로 발암물질이 검출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일대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샘플 조사를 실시한 식약처는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28일 기자와 통화에서 “네덜란드 지역신문 한 곳(NRC)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발암 우려 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독일이나 네덜란드 규제당국에서는 오히려 발암물질 포함 가능성이 없다고 밝혀 실제로 발암을 일으킬 정도의 불순물이 검출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실제로 PCA는 발사르탄에서 검출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속하는 발암추정물질(2A)보다 한 단계 낮은 발암추정가능물질(2B)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해외언론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쓰이는 약제 성분에 발암추정가능 물질 검출 가능성이 제기되어 국민들이 불안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의 국내 제조사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차원에서 제조 의약품의 샘플을 확보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제품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라니티딘 성분을 활용한 위장약과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에서 검출된 NDMA의 경우 2A(발암추정물질)에 해당하지만 이번에 아세트아미노펜에서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PCA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2B(발암추정가능물질)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IARC)는 발암등급을 1, 2A , 2B, 3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1(120종)은 발암물질, 2A(82종)는 발암추정물질, 2B(311종)는 발암추정가능물질, 3은 발암 여부가 분류되지 않은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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