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아트, 한방병원, 그리고 의대정원
네일아트, 한방병원, 그리고 의대정원
  • 전성훈
  • 승인 2020.07.28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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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88)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물리와 심리를 절묘하게 대비시킨 탁월한 이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4주라는 시간적 격리를 감수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긴 최근에는 어떤 나라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몇 년 전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남자들끼리의 여행의 꽃은 마지막 날 밤의 술자리 아닌가. 원체 잘 먹고 마시는 친구들인데다 여행객의 흥취까지 겹쳐, 오사카 뒷골목 서민술집이었음에도 한 테이블에서 무려 50만 원 이상을 먹고 마셨다.
  그런데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흥건히 취한 한 친구가 종업원에게 ‘다꾸앙’ 좀 더 달라고 했다. 특별한 것이 아닌 그냥 ‘다꾸앙’이었다. 그런데 종업원이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의아해 하고 있는 사이에 주방에(즉 주인에게) 다녀오더니, ‘100엔입니다’라고 말했다.
  50만 원 넘게 먹은 손님들이 다꾸앙 한 접시 더 달라고 했는데 ‘천 원’을 달라고 하는 것에 필자도 황당했다. 하지만 다꾸앙을 달라고 했던 친구가 ‘이건 한국사람이라고 약 올리는거야!’라면서 격분하는 바람에, 말리면서 가게 밖으로 밀어내느라 필자는 화도 못 내고 나왔다.
  우리는 부족하여 더 달라고 하면 더 주는 것을 당연시한다. 심지어 더 달라고 하지 않더라도(즉 일정한 양과 가격에 합의했음에도) 뭔가 더 얹어주는, 이른바 ‘덤’ 문화는 우리의 오랜 관습이다. 정육점에서 고기 한 근 달라고 했을 때 주인이 정확하게 600g을 맞춰준다면, 그 정육점은 오래 장사하기 힘들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팔더라도 한 묶음에 1개를 붙여놔야 쉽게 팔린다. 식당의 반찬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양’과 ‘가격’은 비례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이러한 덤 문화는 독특한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물건가를 ‘세일’하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설령 물건값을 깎아주더라도 약간의 덤이 없다면 야박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덤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이른바 VIP 마케팅이기도 하다. ‘당신에게는 통상적인 거래조건보다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준다’라는 호의를 표시하여 거래를 계속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우리의 덤 문화가,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기묘하게 발현하고 있다. 바로 한방병원에서다.
  최근 광주광역시에는 한방병원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경쟁이 과열되자 일부 한방병원들은 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 안에 ‘찜질방’이나 ‘마사지샵’, 심지어 ‘네일아트샵’을 설치하여 환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난립하고 있기에 이러한 기상천외한 ‘덤’이 얹어지는 것인가? 건보공단 호남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광주의 한방병원 수는 2014년 72개소, 2016년 93개소, 2017년 최고 104개소까지 늘었다가 올해 4월 기준 86개소에 이른다. 전국의 한방병원이 370개소이므로 무려 23.2%가 광주에 몰려있는 것이다. 참고로 광주 인구는 전국 인구의 2.8%이다.
  심각한 것은,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라는 프랑스 경제학자의 말처럼, 한방병원의 과잉 공급이 과잉 수요, 즉 과잉 입원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 기준 광주의 한방병원 입원율은 31.2%로, 전국 평균 13.6%의 약 2.3배에 달한다. 즉 광주의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10명 중 3명이 넘게 입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광주의 한방병원 입원율이 높은 이유는, 각 병원마다 의료실비보험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찜질방, 마사지샵, 네일아트샵 같은 어이없는 ‘덤’으로 환자의 입원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나이롱 환자’를 유치해 이들을 장기간 입원케 함으로써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이다(나이롱 환자가 아니라고 항변하려면, 먼저 전국 평균의 2.3배에 이르는 입원률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당연한 의문이 생긴다. ‘이거 법으로 못 막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현행 의료법은 ‘누구든지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이나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제3자가 영리목적으로 소개·알선·유인·사주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의료기관이 환자 유치를 위해 ‘찜질방’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 저수가 정책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가 의료기관의 식당, 주차장 운영 등 의료와 무관한 ‘부업’을 허용한 정책의 ‘예상된’ 부작용이다.
  사실 이러한 한방병원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0여년 전부터 한의업 시장에 비하여 한의사가 과잉 공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았고, 덕분에 10여년 만에 이제 한방병원이 생존을 위해 네일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정부는 10년간 의대정원 4,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그 중 3,000명은 10년간 지역에서 중증·필수의료에 종사케 하는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고 한다. 취지는 좋다, 그런데 의무복무가 끝난 의사들이 10년 후에 어디로 갈 것 같은가? 경험도 쌓고 한창 일할 나이가 된, 게다가 대부분 ‘서울’이 고향인 의사들이 ‘지방’에 눌러 앉을 것을 기대하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법조계에서 똑같이 실패한 것을 보고도 왜 배우는 바가 없는가? 2008년 정부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지방의 경쟁력 강화, 법률서비스 제고’라는 취지로 지방대학들에게 많은 비율(48%)의 입학정원을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시행해 보니 지방 로스쿨 입학정원의 70%가 서울 학생들로 찼고, 이들은 졸업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향’ 서울로 돌아갔다. 지방에 남은 변호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광주의 한방병원 사례처럼, 의료는 과잉 공급이 과잉 수요를 창출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번 창출된 과잉 수요는 좀처럼 없애기 어렵고, 게다가 이러한 과잉 수요를 창출하는데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실비보험과 과잉 진료의 단맛을 본 환자들이, 형사처벌로 위협한다고 바로 행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서도 의료인력 정책의 변경은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진지한 협의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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