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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과부적(衆寡不敵)···의료계 배수진에도 첩약급여화 건정심 통과
중과부적(衆寡不敵)···의료계 배수진에도 첩약급여화 건정심 통과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0.07.2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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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의협 회장 직접 건정심 참석해 첩약급여 부당성 알렸지만
사용자단체 등 수적 우위 앞에 속수무책···건정심 직전엔 침묵시위

24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실시 여부를 결정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앞두고 이날 회의가 열린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 앞엔 일찌감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한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첩약 급여화를 지지하는 단체와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첩약 급여화는 있을 수 없다며 이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약계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세 과시 VS 침묵시위···시위 방식도 대조적

첩약 급여화에 대한 양측의 견해만큼이나 이들의 시위방식 또한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의사협회측은 첩약에 사용되는 약재를 생산하는 단체들을 불러모아 세 과시에 나섰다. 이날한국한약산업협회, 한국생약협회, 한국약용작물총연합회 등이 첩약 급여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류경연 한국한약산업협회장은 “한의학을 이해하지 않고 안전성·유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헛소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집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이날 집회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류 회장은 이 날 집회에서 “한약은 식약처의 ‘한약재 검사기준’과 ‘한약재 GMP 제도’에 따라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는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의 대표는 당장 나와서 토론을 시작하자”며 다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만 참석한 대한의사협회측 집회 참석자들은 침묵 시위를 벌여 합의협측과 대조를 이뤘다. 의협측 참석자들은 ‘검증과 원칙 무시된 첩약 급여화,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각자 첩약 급여화의 부당성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의료계, 수적 열세 극복 못해···첩약급여 결국 건정심 통과 

이날 건정심 본회의에는 최대집 의협 회장과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첩약 급여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막판 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첩약 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안건은 의약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소위원회에서 의결한 대로 통과됐다. 의료계가 수적 우위를 앞세운 정부와 사용자단체들에 맞서기엔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들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원에서 안면신경마비를 비롯해 3가지 질환에 한해 치료 목적으로 첩약을 지을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첩약에 대한 수가는 첩야 한 제(10일분)를 기준으로 진찰료를 포함해 10만8760원에서 15만880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환자는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연간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 500억원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계는 첩약이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범사업에 결사 반대했지만,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함으로써 향후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근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8월 총파업 예고

최대집 의협 회장은 건정심 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결정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특히 이번 결정이 정부가 10년간 의대정원 4000명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공식화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13만 의사회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의협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비롯해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등을 '의료 4대악(惡) 정책'으로 명명하고 정부가 이들 정책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이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마저 건정심을 통과하면서 4대악 정책 가운데 3개 정책이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최 회장은 이날 "오는 8월 14일 또는 18일 중에 1차 전국 의사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정부의 대응을 보고 9월 중으로 2차 총 파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의협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4대악 의료정책과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대악 정책 철폐를 위한 투쟁 참여 여부를 묻는 질의에 85.3%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7일간 실시된 해당 설문조사엔 총 2만6809명의 의협 회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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