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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만 만들면 뭐하나···‘깜깜이’ 조직개편 논의에 속타는 의료계
자리만 만들면 뭐하나···‘깜깜이’ 조직개편 논의에 속타는 의료계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7.21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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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차관 늘리는 정부조직법 처리 속도···구체적 조지개편 논의는 '깜깜이'
복지부 "(감염병) 대응할 전담부서 필요"하다면서도 부처간 협의엔 소극적
의료계 "장관이 의지 없는 듯···'보건' 관련 조직은 보건부 차관 아래로 와야"
박능후 복지부 장관(좌)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우)이 지난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 관련 관게부처 합동브리핑에 함께 참석한 모습.(사진=뉴스1)
박능후 복지부 장관(좌)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우)이 지난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 관련 관게부처 합동브리핑에 함께 참석한 모습.(사진=뉴스1)

여당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정부조직 개편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차관 신설을 뒷받침해야 할 구체적인 조직개편 논의는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어 애초 이번 개편안을 환영했던 의료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늬만 개편에 그치는 것 아니냔 것이다. 

◆김태년 "7월 내 정부조직법 처리할 것"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한다면 정부조직법도 7월 안에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일도 채 남지 않은 7월 안에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겠다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복수차관제 도입과 질본의 청 승격에 대해 여당도 그만큼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이미 질본의 청 승격과 복수차관제 추진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업무 보고 자료에 ‘복지부·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을 주요 현안 과제로 명시했다.

강도태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업무 현황을 국회에 보고하며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을 통해 조직을 내실화하고 전문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직 확대없이 차관만 신설? 박능후 "행안부와 협의해나갈 것"

이처럼 복지부와 질본에 대한 조직개편은 외견상 정부와 여당이 호흡을 맞춰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듯한 모양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지부 입장에선 마냥 달가운 상황은 아니란 분석이다. 차관 신설 외에 조직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5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능후 장관에 “일부 언론에 의하면 (복지부) 조직의 확대나 정비 없이 차관 한 명만 임명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행정안전부와 협의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장관은 “협의 과정을 말씀드리기는 좀 송구스럽다”며 “차관 한 명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크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담 부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행안부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이날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정책실’ 신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폭발적인 정신건강의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복지부) 조직을 그냥 2개로 나눈다는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정신건강 거버넌스를 확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정책실 신설은 지난해부터 김강립 복지부 차관이 주축으로 추진해오던 것으로, 감염병과 암·만성질환·희귀난치성질환 등 질병 관리 업무를 세분해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 하에 논의됐다.

정 의원의 질의에 박능후 장관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조직을 늘려 달라 이렇게 말하면 꼭 핑계 대는 것 같아 조심스럽고 함부로 말씀을 못 드리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 장관은 “(정신건강 문제) 전담 인력들이 많이 필요한데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인력을 달라는 말하기가 참 송구스럽다”면서 “필요는 하지만 말은 못하는 그런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답답한 의료계···감염병 전담조직 등으로 신설 차관 뒷받침해야 

이처럼 복지부가 부처간 협의 등을 이유로 조직개편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의료계는 "장관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신설되는 차관 휘하에 감염병 대응을 전담할 조직 등이 꾸려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은철 한국보건행정학회장(연대의대 교수)는 “이번 기회에 질병을 담당하는 국이나 과라도 하나 만들어지길 바랐다”면서 “행안부를 열심히 설득해야 할 상황에 보건 2차관 하나 만들고 끝낼 것 같다”고 푸념했다. 박 회장은 “보건 전문가가 장관이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며 “의료 전문가가 복지부 수장이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 역시 “복지부에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마 위원장은 “행안부와 협의하고 의견 조율을 해나가야하는데 그런 게 전혀 안 보인다”며 “보건부 독립에 대해 토론회도 열고 한 만큼 반응이 와야 하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보건 차관 아래에 건강보험정책국과 보건산업정책국 같은 기존 조직을 분리·재배치하는 식으로 복지부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은철 회장은 “개편을 한다면 보건과 관련된 보건의료정책실, 건강보험정책국, 보건산업정책국 등은 보건 차관 아래로 가야 하지 않겠냐”며 “보건부 차관만 달랑 두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는 질병정책국도 하나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위원장도 “보건의료정책국, 건강정책국 등 보건과 관련된 업무와 기능은 분리해 보건 차관 아래로 와야 한다”며 “감염병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나 방역을 전담하는 조직도 신설돼 보건 차관 하부 조직으로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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