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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응급실 적체, 인력·시설 강화로 풀어야
코로나발 응급실 적체, 인력·시설 강화로 풀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7.16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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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선별진료 동시 수행, 위험 내몰리는 중증 응급 환자들
대한응급의학회 토론회서 코로나19 장기화 대비 개선방안 논의

“응급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증 환자 진료임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선별진료에 따른 부담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시설·인력·장비를 강화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응급실이 선별진료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서 본래 역할인 중증 진료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응급의료 현장의 전문가들이 지금의 현실에 맞게 응급실의 시설·인력·장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응급실의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응급진료와 선별진료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데 따른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백진휘 대한응급의학회 무임소이사(인하대병원)

백진휘 응급의학회 무임소이사(인하대병원)는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서 역학조사가 무의미해지고, 응급실에서 모든 발열환자들을 격리된 공간에서 따로 진료해야 하다 보니 도리어 중증 응급 환자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백 이사는 “무엇보다 발열 환자가 너무 많다. 사실상 응급 환자의 절반 이상이 발열 환자인데 이들 모두를 발열검사하다 보니 119에서 응급 환자를 이송하려 해도 병원은 환자를 받을 수 없고, 대학병원에 환자를 전원도 못시키는 엇박자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응급의료시스템의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코로나19 직후 줄었던 환자들마저 다시 늘어나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며 “우리 병원은 야간에만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코로나 의심 환자가 한번 오면 검사에 족히 1시간은 걸리고, 환자는 4~5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남궁 교수는 “딱 봐도 코로나가 아닐 것 같은 환자들도 규정상 모두 발열 검사를 해야 하니 취객이나 행려 환자, 정신과 질환으로 난동을 피는 환자까지 모두 레벨D 수준의 방호복을 입고 진료해야 하는 데 따른 자괴감이 매우 크다”며 “난동을 피우면 당연히 열이 나지 않겠나. 행려 환자들도 그들 나름대로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역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응급의료전문가들은 응급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당장의 조치로 '격리공간 확대'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병원 인력과 시설, 장비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응급환자를 제때 치료하기 위한 환자분류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재 화홍병원 응급의학과장

2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최석재 화홍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기 위해서는 분류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구급차를 타게 되면 119 구급대원이 분류하면 되지만, 선별진료소에 왔을 때는 3차 병원에 바로 들어가지 않도록 분류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만들어야 병원 간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백진휘 이사는 “당장 앞으로 중증응급센터를 만들 때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음압실을 되도록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기존 응급실의 경우 현실적으로 격리공간을 더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아무리 이런 공간이 많아도 새로운 환자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병원 인력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응급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서는 선별 진료 운영의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응급실의 인력과 시설, 장비 규정도 제대로 만들고 보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학회가 이러한 현장의 의견을 계속 개진해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궁인 교수는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응급실에 인력 충원 없이 기존의 의료진들이 계속 업무를 맡고 있어서 번아웃에 빠져 있고, 이로 인해 환자들도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특히 코로나 사태 초기 줄었던 환자가 지금은 2배 이상 증가했고, 응급진료에 앞서 체크할 사항도 많아져서 위험은 더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당장 인력 충원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모든 코로나 환자들을 다 검사해야 한다면 결국 환자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라는 단일 질환으로 인한 고통과 희생을 과연 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전가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욱 응급의학회 정책이사(경북대병원)
류현욱 응급의학회 정책이사(경북대병원)

류현욱 응급의학회 정책이사(경북대병원)는 “코로나 상황에서 변화된 응급의료전달체계가 실제로 중증 환자들의 생명이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있어 앞으로 코로나 상황에서도 중증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중증 응급 환자들이 최소한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 ‘지역책임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이사는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대구·경북의 코로나19로 인한 일대 혼란 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극복에 동참한 바 있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더했다.

류 이사는 “대구 사태를 겪으며 지역 의료위기대응시스템의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부재해 매우 비효율적이고 허점이 많다고 느꼈다”며 “앞으로 제2 코로나 확산이나 또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힘을 합쳐 감염, 전원, 수용, 119종합상황실, 중앙응급의료센터 비상상황실 등 모든 응급의료기능이 함께 통합해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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