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사만 갖고 그래~!
왜 의사만 갖고 그래~!
  • 전성훈
  • 승인 2020.07.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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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86)

 

전 성 훈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전두환.
  공인(公人)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실로 다양하다. 위대한 지도자부터 살인마까지. 하지만 법률적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반란수괴 등 13개의 범죄사실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추징금 2,205억 원은 빼고) 사면된 ‘범죄자’이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수행했던 시대적 역할이 타당하거나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자. 하지만 공인으로서의 역할이 완전히 끝난 2000년 이후에도, 그는 급속히 변한 사회와 높아진 민도를 고려치 않고 과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말들을 내뱉었다. 이 중 심각한 것들을 혹자는 ‘전두환 5대 망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금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2003년)’, ‘광주는 폭동(2003년)’, ‘젊은 사람들이 나에게 감정이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2008년)’, ‘먹고 맨날 노니까 건강하다(2010년)’ 같은 말들도 주옥(?) 같다.

 하지만 그가 1995년 13개 죄목으로 재판받던 중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한,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말에 이르면 차마 할 말이 없어진다. 자신의 행동이 뭐가 문제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이 말은, ‘화가 나는데 웃기는’ 역설적인 임팩트가 있다. 그래서 반찬투정하는 애를 나무랐더니 애가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했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이 말은 전국적으로 대유행했다.

  최근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의사가 형사처벌받으면 면허취소’를 요지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형법상 허위진단서작성, 업무상비밀누설, 허위청구 등 및 몇몇 보건관련법률들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에만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있다. 즉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상당히 중하게’ 처벌되는 경우에만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이다.

  국회가 어렵게 출범하자마자 내놓는 법안이 이러한 내용이니, 의료계 입장에서는 ‘왜 의사만 갖고 그래~!’라고 외치고 싶을 것 같다.

  실은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 국회가 처음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유사한 내용의 법안들 중 ‘일부’만 보면 아래와 같다.

  ‘① 의료인이 진료 중 성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면허취소 가능, 이 때 10년 이하로 면허재교부 제한’, ‘② 의료인이 (진료와 무관하더라도) 성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면허취소 가능’, ‘③ 의료인이 허위청구하여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면허취소 가능’.
 

  여기까지는 화가 나기는 해도 높아진 민도를 고려할 때 일면 수긍할 여지도 있다. 그런데 이런 법안도 있다. ‘④ 의료인이 ‘특정강력범죄’로 형이 확정된 경우 반드시 면허취소, 면허취소 또는 정지된 의료인의 명단·위반행위·처분내용 공표’.

  성범죄는 그렇다 치고, 의료인이 살인, 강도, 범죄단체조직 같은 죄를 짓는 경우가 과연 있을지, 그리고 만에 하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입법할 정도로 빈번할지 극히 의문이다. 심지어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표지갈이’ 후 같은 의원에 의해 또 발의되었다.

  또한 ‘⑤ 의료인이 무허가주사제 사용시 반드시 면허취소, 의료행위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되는 경우 면허취소 또는 정지 가능’ 같은 법안도 있다.

  이는 의학적 판단에 의해 허가범위를 초과하여 의약품을 사용하거나(이른바 off-label use), 진료에서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면허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변호사가 소송에서 일정한 주장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패소한다면 변호사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이쯤 되면 ‘화가 나는데 웃기는’ 전두환 수준이다.

  게다가 ‘⑥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도 반드시 면허취소, 5년 이내 재교부 금지’ 같이 의료인에게 최고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법안도 발의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의사들이 목에 힘을 주고 ‘왜 나만 가지고 그래~!’를 외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렇지 않다.

  의사와 함께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대표적 직종인 변호사의 면허 역시, 위 ⑥번 법안과 같이 ‘최고 수준’으로 규율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는 어떤가? 거의 똑같다. 세무사는 어떤가? 거의 똑같다. 변리사는 어떤가? ‘선고유예’만을 제외하고 거의 똑같다. 결국 의사만 면허와 관련하여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의료법의 이러한 ‘특혜’ 조항은 2000년 도입된 것인데, 개정 이전에는 변호사와 거의 같은(선고유예만 제외) 내용이었다. 의료계가 예뻐서 그냥 특혜를 준 것이 아니고, 당시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극심하게 반발하던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제공된 ‘당근’이었다.

  의약분업을 시행한지 20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굳이 ‘당근’이 필요한가? 게다가 다른 전문직역들에게는 이런 ‘당근’을 주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것은, 높아진 민도는 의료계에게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을 타개해 나가기 위하여, 서울시의사회는 의협과 보건복지부 간의 협약으로 도입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평가제는 사무장병원, 의사 품위 손상, 비윤리적 의료행위 등 의사의 일탈행위에 대해 의료계의 제보가 있는 경우 전문가평가단이 이를 자율적으로 조사하여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제도이다. 의료계의 자율징계권 확보, 자체 면허관리를 위한 첫걸음이다.

  변호사단체 역시 쉽게 자율징계권을 얻어온 것이 아니다. 변협이 1993년 부분 징계권을, 1996년 전체 징계권을 가져온 이후, 1998년 정부가 이를 회수하는 방안을 확정했으나 이후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어렵게 유지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쉽지 않다고 시작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앞서 본 ‘무시무시한’ 법안들을 언제까지 계속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평가제’의 성공과 안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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