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능사의 도발···이비인후과 의사는 '전문가'가 아니다?
청능사의 도발···이비인후과 의사는 '전문가'가 아니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7.10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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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고시 개정으로 보청기 판매 대상에 이비인후과 전문의 명시
청능사 단체 "의사는 진료 전문, 보청기 전문가 아냐", 고시 철회 요구
그동안 판매자격 제한없어 사후관리 부실, 의료계 "판매자격 강화해야"

보청기에 대한 보험급여 기준 개정으로 이번달부터 판매대상에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명시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청각장애 관련 단체들이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반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은 보청기에 대해서 만큼은 이비인후과 의사가 아닌, 청각장애인의 듣기 능력 등을 평가하는 '청능사(聽能士, audiologist)가 전문가'라며 이달부터 시행되는 장애인보청기 급여제도 행정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 정부의 이같은 기준 개정은 보청기에 대한 보험급여 부정수급을 방지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소비자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청능사 자격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보청기 판매업소 등록 기준에 '이비인후과 전문의' 명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고시가 개정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청기급여평가위원회 성능평가를 통한 보청기 가격 고시 △제품 구입금액과 관리 비용을 나눠서 지급 △판매업소 등록을 위한 인력·시설·장비기준 개선 등이다.

청각장애인과 청능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보청기 판매업소 등록을 위한 인력 기준에 대한 내용이다. 

기존에는 '누구나 사무실만 갖추면' 보건소에 판매업소로 등록한 후 보청기를 판매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에 따라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비롯해 △보청기 적합관리 관련 교육을 540시간 이상 이수한 자 △보청기 적합관리 경력이 1년 이상이면서 관련 교육을 120시간 이상 이수한 자 등으로 보청기 판매 자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보청기를 판매하려면 별도 공간을 만들어 신고해야 했다.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 따라 의료기관 명칭으로는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증을 발부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 보청기를 직접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등에 따르면 3년 전 건강보험공단 통계 기준으로 이비인후과에서 보청기를 판매하는 곳은 전체의 5%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병원에서 보청기를 판매하는 경우엔 대부분 청능사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고시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보청기를 판매할 수 있는 주체로 명시함으로써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보청기를 판매하기가 보다 수월해진 것이다.  

◆ 청능사 단체 "환자 불편 초래···4000개 보청기센터 위기" 주장

청능사들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진료’ 전문이지 보청기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복지부에 장애인보청기 건강보험 급여제도 개선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청능사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핵심은 복지부 장관 명의로 보청기 판매 자격에 이비인후과 의사를 명시했다는 것"이라며 "같은 의료기기인 안경은 안경사에게 맡기면서 위험도도 없는 보청기는 왜 의사가 판매할 수 있도록 명시해 놓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진단과 재활의 전문성이 나눠져 있다"며 “정부는 보청기 부정수급을 없애기 위한 개선이라고 하지만, 결국 이 제도를 통해 전국 4000개 보청기센터는 경제적 위기에 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청능사 단체측은 이번 조치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했다. 

즉, 기존에는 장애등급을 받은 소비자들은 보청기 검수 확인 후 131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품구입 후, 초기 검수확인을 받으면 111만원을 우선 받고, 나머지 20만원은 구매 1년 이후 추가 검수시 매년 5만원씩 받게 된다. 보청기 구매 직후에만 형식적으로 검수가 이뤄지고 이후 추가적인 검수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대해 청능사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과거에는 장애등급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한 번만 방문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진료와 처방, 후기 적합관리(검수)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며 "(추가) 진료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병원 방문시) 3분 진료와 소통의 부재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 번거로움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고시 개정은 사후관리 개선 취지···의료계 "보청기 판매자격 기준 강화해야"

의료계는 청능사 단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소비자의 불만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를, 소비자의 불편을 늘리는 것처럼 곡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앞서 지난 2015년 보청기 급여 기준금액이 기존 34만원에서 131만원으로 인상된 이후 급여제품의 판매가격도 함께 올랐다. 가격 인상을 계기로 소위 보청기 판매가 '돈 되는 사업'이 되면서 일부 업소의 경우 불법 유인·알선을 통해 판매에 나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정작 소비자에게 중요한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보청기 판매업소에서는 판매 후 1~2회에 걸쳐 검수확인을 한 뒤 보청기 사용이 불편하면 방문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의료기관의 경우 보청기 착용 후 2주씩 2번에 걸쳐 검수를 한 이후에도 3개월, 6개월, 1년 기준으로 환자들을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질병 확인과 청력 퇴행 등의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시 그에 맞는 보청기를 제공한다. 

결국 이번 급여기준 개정은 지금까지 누구든지 판매업 신고만 하면 보청기를 팔 수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보건당국이 판매자격을 강화하는 개선책을 마련한 것이다. 

임정택 이비인후과의사회 보험이사는 "청력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어도 처음 구매했을 때와 청력이 같은지 다른지를 관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보청기를 판매하는 청능사들 가운데 환자관리를 철저히 하는 곳이 있는 만큼, 환자들에게 '꼭 의료기관에서 보청기를 구매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만 검수만큼은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에 방문해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이 소비자로서 누려야 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보청기 판매자에 대한 기준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복지부 고시에서도 보청기 적합관리 관련 교육을 540시간 이상만 받으면 판매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도 치르지 않은 채 교육 이수만으로 자격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임정택 이사는 "미국의 경우 청능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박사학위 취득, 장시간의 임상실습 과정 수료, 국가시험 합격 등 자격 기준을 엄격히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상실험과 연간 30시간의 보수교육·윤리교육 등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청능사 자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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