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콜린알포’ 급여 적정성 재평가 요청
제약업계, ‘콜린알포’ 급여 적정성 재평가 요청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7.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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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부담 높이고, 질환 경중 구분 안해…적법한 절차·객관적 기준도 실종
임상현장에서 효과 인정…“임상재평가 결과 나올 때까지 현행 급여 유지해야”

제약업계가 최근 급여보장 범위가 축소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식약처의 임상 재평가 결과가 나온 다음에 심평원도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국내 건강보험에 234개의 품목이 등재되어 약 35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하여 환자의 약값 부담률을 현행 30%에서 80%로 인상하기로 결정해 후폭풍이 큰 상황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결정이 환자의 비용부담을 높이고, 질환의 경중을 구분하지 않았으며, 해당 약제의 안전성 및 유용성을 재검증할 동기마저 크게 약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해 적법한 절차와 객관적 기준에 따른 평가결과인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은 물론 사회적 요구도에 대한 평가 내용조차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허가받은 국내 66개 제약사는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이 제제의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할 것을 요청키로 했다.

◆노령 환자 30일 약값부담 9,000원 → 2만5000원…선별급여제도 도입 취지와 정면 배치

심평원은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환자 본인부담률을 30%로 유지하되 그렇지 않은 일부 적응증(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등)에 대해서는 선별급여를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80%로 대폭 높였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근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현 정부가 도입한 기등재의약품 재평가 제도의 첫 번째 평가대상이 되어 급여 축소 결정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여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선별급여제도의 취지와는 배치된다는 것이다.

즉, 선별급여제도가 결국에는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면 급여혜택을 되도록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전제하에 제약업계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실히 효과가 입증된 치매치료제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 재정절감을 목적으로 치매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만큼은 확실히 입증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 보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현 정부의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는 “본인부담금을 대폭 상향시키는 조치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령층의 복용 중단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의약품의 사회적 요구도 미반영…적응질환별 경중 구분 안해 의료비 부담도 미 고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재평가 과정에서 사회적 요구도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치매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적응증에 대해 80%의 본인부담률을 일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감정 및 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외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와 뇌졸중·뇌경색에 의한 2차 증상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다.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를 같은 비중으로 본 것이다.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시범사업 공고문에 따르면, 사회적 요구도는 재정영향, 의료적 중대성, 연령, 환자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토록 하고 있다.

한편, 환자본인부담금 산정특례에서는 우울증은 경증질환(종합병원 이상 처방 시 환자부담 40~50%)으로, 뇌졸중·뇌경색은 중증질환(환자부담 5%)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사회적 요구도를 고려해 질환별로 본인부담률을 차등 책정하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 요구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제약업계, 先식약처 임상재평가,  後복지부 급여재평가 순리 역행

의약품은 통상 품목허가를 취득하고 난 뒤 보험급여 등재 절차를 거쳐 시장에 진입한다. 기본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고 나서야 급여문제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 축소의 경우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검증하기 앞서 급여적정성 평가가 먼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제약사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임상재평가를 진행할 동기 자체를 크게 약화시키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오리지널 약이 개발된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품목허가와 허가 갱신을 받아 전문의약품으로 인정받고 있음은 물론이고 심평원의 평가를 거쳐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상 현장에서 20년 이상 처방돼 온 의약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의료현장의 임상전문가들도 식약처의 허가사항을 근거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식약처의)임상재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심평원의)급여재평가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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