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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도 아닌데 팀 닥터? "체육계 '팀 닥터' 혼용 관행 개선해야"
의료인도 아닌데 팀 닥터? "체육계 '팀 닥터' 혼용 관행 개선해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7.03 15: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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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숙현 선수 폭행한 ‘팀닥터’ 의사 아냐···아마추어 팀에서 마구잡이 혼용
의협 “명칭 혼용한 체육계 관행이 잘못", 언론에 "정확한 명칭 사용해달라"
故 최숙현 선수가 소속됐던 경주시 철인3종 경기 팀의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
故 최숙현 선수가 소속됐던 경주시 철인3종 경기 팀의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

소속팀 감독과 동료 등으로부터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고(故) 최숙현 철인3종 경기 선수에 대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역시 폭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팀 닥터’가 사실은 의사가 아닌 '물리치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체육계에서 의사 면허 취득과 관련없이 관행처럼 쓰이는 '팀 닥터'란 용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최 선수가 소속됐던 팀 내에서 '팀 닥터'로 불렸던 안모 씨는 의사면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다른 의료 관련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을 접한 일반인들 중에는 가해자 명단에 팀 닥터가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다른 사람도 아닌 의사가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더욱 분개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이처럼 의료인이 아닌데도 팀 닥터란 명칭을 혼용하는 것이 이번에 문제가 된 철인3종 경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아마추어 선수팀’에서는 종목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의료진을 지칭하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가대표나 프로 팀이 아닌 아마추어 팀에서는 ‘팀 닥터’ ‘물리치료사’ ‘트레이너’ 이 세 가지 명칭이 혼용돼서 쓰인다”며 “철인3종 경기뿐 아니라 모든 종목(아마추어 팀)에서 혼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선수들에게는 부상을 치료해주는 것이 중요하지 호칭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국가대표 의료진의 경우에는 팀 닥터와 트레이너 등을 구분해서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고 최숙현 선수가 있던 팀은 아마추어 팀인 데다 비인기종목이었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의료진은 (폭행에 가담한) 물리치료사 1명뿐이었다”고 아마추어 팀의 실상을 전했다. 

이처럼 체육계에서 '팀 닥터'라는 용어가 관행처럼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곧바로 용어 혼용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성명을 내고 “선수 폭행 ‘팀 닥터’는 ‘의사’가 아니다”라며 “정확한 명칭 사용으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사가 아닌 사람들을 ‘팀 닥터’라고 호칭하는 체육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잘못이라 하더라도, 언론이 그대로 인용하는 것도 잘못"이라면서도 "잘못된 관행까지 함께 지적하고 바로 잡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며 언론에 정확한 명칭을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마치 의사인 것처럼 보도됨으로써 수많은 의사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있음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스포츠의학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진료 권한이 없는 무자격자를 초빙해 팀 닥터라고 호칭하는 악습(惡習)은 한국에서만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다”며 “의사도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팀 닥터’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관행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돼야 할 부분으로, 팀 닥터라는 용어의 오용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의학회는 특히 “감독의 지인이라는 이유,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전문성 없는 인사를 초빙해 실제로 의사가 아닌 사람을 ‘팀 닥터’라고 부르는 관행이 언제부터인가 국내 경기팀 내에 만연해왔다”며 “팀 닥터라는 호칭이 선수들에게는 마치 그러한 가혹행위가 본인들의 운동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성에 기인한다는 오해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체육계에 만연한 팀 닥터란 용어의 혼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수들과 체육계 관계자들의 자각과 이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막상 체육계에서는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용어 정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기자의 제안에 “(의료진을) 부르는 이름을 대한체육회에서 자체적으로 지정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지역, 해당 팀 안에서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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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선 2020-07-03 18:22:53
물리치료사가 아닙니다. 기사 정정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