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이러니···전공의들 “환자 못 봐 전문의시험 응시 못할 판”
코로나 아이러니···전공의들 “환자 못 봐 전문의시험 응시 못할 판”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7.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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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환자·학술대회 참석 건수 채워야 전문의시험 응시자격 주어져
일선 병원 가동병상 수 급감, 학술대회도 안 열려 자격요건 충족 못해
(사진=대전협)
(사진=대전협)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공의 수련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우 가동 병상 수가 평시의 25% 수준으로 떨어져서 수술은커녕 충분히 환자를 못 봐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요건 미달자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코로나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한편, 다른 한쪽에선 일반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는 바람에 환자를 구경하기 힘들어진 전공의들이 노심초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일 성명을 내고 “의학회가 전공의들을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건복지부 고시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따르면, 인턴과 레지던트는 3년 또는 4년의 수련 기간에 연차별 달성 목표가 정해져있다. 논문 제출이나 타과 파견 등을 제외하고도 전공의가 봐야하는 환자 수, 참석해야 하는 학회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일례로 내과 레지던트의 경우 3년간의 수련기간에 △퇴원환자 600명 이상 △외래환자 30명 이상을 봐야하고, △외부 학술대회 20회 이상 △원내 학술대회 300회 이상 △윤리집담회 4회 이상 등에 참석해야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병원들이 가동 병상 수를 줄인데다 환자들도 병원을 찾지 않아 진료 환자 기준을 충족하기란 불가능한 상태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A씨는 “입원 가능한 일반 환자 수는 평소의 10% 수준이고 가동병상 수는 평소의 25%”라며 ‘사실상 수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B씨는 “타 병원에 파견 수련을 갔던 것도 임시방편”이라며 “환자 처방도 못 하고 직접 진찰도 못하고 '관찰'만 했다”고 말했다. B씨는 “공식적인 위탁 수련도 아니고 모자협약을 맺더라도 최대 4개월까지만 가능하다”며 “앞으로 가면 부실수련이고, 뒤로 가면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 미달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학술대회 요건을 채우기도 만만찮은 상황. 코로나19로 인해 전문과목학회의 학술대회가 개최되지 못 한지 6개월째다.

대전협은 지난달 18일 26개 전문과목학회에 전공의 수첩의 필수 환자 수 및 증례에 대한 기준 검토와 대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이에 마취통증학회와 재활의학회 등은 온라인 참석도 인정하는 등의 대안을 내놨다. 

대전협은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도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보건당국을 꼬집기도 했다. 대전협은 “지방정부의 한 병원 운영 담당자는 수련은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며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관계부처와의 협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로 인해 애꿎은 전공의가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등 잡음이 많은데, 전공의 과정 미수료 사태로까지 번지게 하려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코로나19 초기에 몇몇 병원은 임시 폐쇄를 겪고 전공의들을 급하게 파견보내 수련을 이어나가기도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전담병원 전공의들은 코로나19 환자 진료에서도 배제되고 일반 환자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전협은 의학회 및 각 전문과목학회의 현명한 조치를 기다린다”며 “전공의들이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갖추고 제대로 수련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5일엔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전공의들이 이같은 상황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다른 병원에서의 수련할 수 있도록 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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