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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상병(傷病)수당 받아 쉬자···그런데 돈은 누가 대지?
아프면 상병(傷病)수당 받아 쉬자···그런데 돈은 누가 대지?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7.0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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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의원 등 국회서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 휴가 도입 위한 토론회’ 개최
OECD 국가 중 미국·한국만 없어···도입시 최소 6000억~2.2조원 소요 예상
노동계·시민단체 "정부, 사용자가 적극 부담해야"···정부 "국고재정 고민해야"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합니다 -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 휴가 도입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합니다 -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 휴가 도입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예전처럼 몸이 아픈데도 이를 참고 출근하는 것은 더이상 미덕이 아니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적지 않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은 병가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어 아픈데도 쉬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나라에도 상병수당 등을 도입해 근로자들의 휴식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2일 국회에서 개최된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합니다-상병수당 및 유급병가 휴가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처럼 서로 상반된 주장들이 부딪혔다. 이날 토론회는 남인순·안호영·서영석·이수진·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상병수당 도입 OECD 국가, GDP의 0.3% 지출···지역가입자 포함시 지출 늘어

먼저 공동 개최자인 남인순 의원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아프면 쉬라’는 정부 수칙을 제시했지만 쉼은 곧 소득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는 아파도 쉴 수 없는 실정”이라며 “아프면 맘 편히 쉴 수 있는 직장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병수당 외에 유급병가를 실시하는 방법이 있는데, 유급병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7.3%에 불과하다”며 “국회에서 제도 개선이나 예산 확보를 위해서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임승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보험제도연구센터장은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가입국 182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의 상병수당·유급휴가 제도 내용을 비교 분석한 기초 연구 자료를 발표했다.

임 센터장은 “ISSA 가입국 182개국 중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19개국에 우리나라가 포함돼있다”며 “OECD 36개국 중에는 미국과 한국만 상병수당 제도가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OECD 국가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상병수당 지출 비율을 보면 평균 0.3%를 지출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GDP 1조7200억9000만 달러(약 2064조원)의 0.3%는 약 6.2조원 규모다. 임 센터장은 "스위스와 같이 직장가입자를 대상으로만 상병수당을 운영하는 국가는 0.004%지만, 노르웨이나 스페인 같은 나라는 1.1%까지도 상병수당으로 지출한다“고 말했다. GDP 대비 지출 규모가 큰 나라들은 대개 직장가입자뿐 아니라 지역가입자에게도 상병수당을 지급하거나 자녀가 아픈 경우에도 지원하는 등 지원 대상이 다양한 경우다. 

진행 중인 토론회 모습.
진행 중인 토론회 모습.

임 센터장은 국내에 상병수당을 도입할 경우 유급휴가·대기기간과 지급 대상에 따라 세 가지 모델로 시뮬레이션을 해 예상 소요비용을 추계했다. 임 센터장의 분석에 따르면, 각 모델에 따라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2조2000억원 규모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센터장은 “연구 모델 중 한 가지를 적용해 상병수당 제도를 시작한다면 GDP 대비 0.03%~0.05%의 지출이 예상된다”며 "OECD 평균 0.3%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재원조성과 재정부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고용주의 부담도 약 3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돼, 충분한 국고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노동계, 정부에 "안정적 재원확보 방안 마련하라"···정부 "재정적 여력에 제한"

노동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급하는 부담액을 실질적으로 늘려 이를 충당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철중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재정 당국은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정부가 부담해야하는 것과 관련해 애매한 법규정을 악용해 과소 지원하고 국민부담으로 전가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실제 정부 지원율은 2017년 13.4%, 2018년 13.1%, 2019년 13.6% 2020년 14%였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이어 “올해 안에 국회에서 정부 지원법이 반드시 통과돼야하는 이유”라며 “정부 지원법의 불명확한 규정을 명확화하여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상병수당 도입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이다. 앞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현 단계에서 채택할 수 있는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숙의과정이 요구되는 내용”이라며 “아무리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충격이 비교적 덜했고 경기도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경영계나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적 여력이 제한돼 결정을 내리기에 여러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도 코로나 사태로 건강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은 현실을 언급하며 "상병수당을 도입할 경우 건강보험과 국고지원 등 재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재원을 정부가 아닌 사업주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상임대표는 “지불능력이 있다면 100% 사업주 부담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상임대표는 “코로나19 유행이라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상병수당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단기) 법정 유급병가 도입은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단기 유급병가는 빠르게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서영석 의원은 지난달 16일 상병수당 법제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법률안은 각각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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