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자율'이라는데···'감염관리인증제' 도입에 개원가 속앓이
말로는 '자율'이라는데···'감염관리인증제' 도입에 개원가 속앓이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6.26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구, 하반기부터 국내 최초로 의원급 의료기관 대상으로 실시
15개 세부항목 심사해 우수의원 선정, 보건소 "단속 개념 아냐" 강조
의료계 "결국 인증 여부로 의료기관 양분될 것", 규제수단 변질 우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인증제’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자체측은 어디까지나 의료기관들의 '자율적인' 참여에 따라 모범적인 의원급 의료기관을 발굴한다는 선한 취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개원가에서는 인증 제도가 일선 현장에 또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고, 자칫 줄세우기 식으로 활용될 경우엔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강남구 "의무 아닌 자율적 참여로 진행" 

강남구는 지난 22일 올 하반기부터 감염관리에 모범적인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을 발굴하는 감염관리 인증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신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교육을 비롯해 환경소독·위생·주사제·약물·의료기기 등 15가지 세부 평가항목 준수 여부를 심사한 뒤, 가장 모범적인 곳을 ‘감염관리 우수의원’으로 선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감염병관리센터 설립’과 함께 추진되는 의료서비스 사업의 일환이다. 

강남구는 최근 의료기관 내 감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등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창궐하다보니 그동안 병원 및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시행된 ‘인증제’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해 감염에 철저하게 대비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강남구가 도입하는 인증제는 3주기 평가로, 의무가 아닌 자율적인 참여로 진행된다. 대학교수 1~2명으로 구성된 심사팀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세부 평가항목 준수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양오승 강남구 보건소장은 “강남구에는 병원급 의료기관보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많지만, 감염에 대해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의원급 대상 인증제는 단속의 개념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사고’와 관련한 법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감염관리를 잘 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모범의원’이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으로, 1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나 내시경 소독지침, 약물 냉장보관 등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준수 사항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며 "대학병원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염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1차의료기관들이 ‘감염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의료계에서 감염관리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자는 의미"라는 것이다.

양 소장은 특히 "대학병원 재직 경험과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험에 의해 고안해 낸 제도로, 절대 탁상공론에서 나온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감염관리 소홀한 의료기관 없어"···규제 위한 제도로 변질될까 우려 

강남구보건소측의 이같은 설명에도 일선 개원가에서는 막상 제도가 운영되면 규제를 위한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감염관리를 소홀히 하는 의료기관은 없다. (당장은) 규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인증 여부에 따라 의료기관이 양분화될 것"이라며 "강남구의 사례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인증제가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보통 원장과 간호조무사로 이뤄져 있는데, 대학병원처럼 감염관리팀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추가적으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나 지원이 없다면 무의미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A 이비인후과의원 원장도 "감염관리인증제가 국민 차원에서는 좋은 의미일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도 홍보 수단으로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지금도 감염 관련 법적 규제가 많은데 여기에 감염관리 인증제까지 도입될 경우 병원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B 내과의원 원장 역시 "인증 여부에 따라 의료기관을 서열화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인력으로 운영되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증제를 시행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C 내과의원 원장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는 단순히 구에서 결정해 도입할 문제가 아니라, 의사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의사회의 참여 하에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증이 일종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의원들 간에 필요 이상의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대형 병원의 경우 지난 2007년 연세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JCI)을 받으면서 인증제 도입이 시작됐다. 당시 세브란스병원은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병원’이라는 문구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이에 경쟁하듯 다른 대학병원들도 앞다퉈 JCI 인증을 받기 시작했다. 

황규석 강남구의사회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인증제 도입이 국민 건강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문구 그대로 '칭찬' 의미가 아니라 반대로 '의료기관들이 감염관리를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대학병원처럼 감염관리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감염관리를 위한 수가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경제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