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코로나19 재확산에 또다시 강조되는 제약업계 '언택트 마케팅’
코로나19 재확산에 또다시 강조되는 제약업계 '언택트 마케팅’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7.07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슷한 성분 의약품 많은 국내사에 더 타격···웨비나 활성화, 아직 대면보다는 “글쎄”
비대면 마케팅에도 ‘감성’ 필요···지친 의사 정서적 위로, 의원 경영에 실질적 도움 등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존의 대면식 영업에 차질이 발생한 제약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눈물을 머금고 코로나19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대면 영업을 재개한 제약사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론 웨비나(웹+세미나) 등 새로운 비대면 마케팅 방식을 고안해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명대로 감소하며 안정세에 접어들자 상당수 국내 제약회사 영업직원들이 활동을 재개했지만 최근 다시금 사태가 확산세를 보이자 제약회사들은 다시금 영업 방식을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제약사 영업사원

지난달 1일 대웅제약 영업사원 2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들이 방문했던 병원과 약국들도 한바탕 소란을 겪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선 의사들은 영업사원들과 접촉을 더욱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 입구에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방문을 자제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전화로 연락을 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의원들도 많다. 

사실 대부분의 국내 제약회사들은 공식적으로는 자사 영업사원들에게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병의원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비슷비슷한 성분의 국산 제네릭(복제약) 의약품들이 난립하고 있는 우리나라 업계 특성상 국내사들은 매출 신장을 위해 영업활동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환자들의 병의원 방문 감소가 의약품 처방 감소 및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제약사들 입장에선 이같은 상황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유비케어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처방액 및 처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처방조제액 총액 52%, 처방 건수 기준으로 72%가 각각 감소했고, 이비인후과도 각각 52%, 63%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이 겉으로는 영업사원들의 병의원 직접 방문 자제를 권고하면서도, 실제로는 각 영업사원별 실적을 비교하며 향후 인사와 인센티브 등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은근히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면 영업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암암리에 대면영업 재개···국내 제약업계에도 '언택트' 바람 불까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대면 영업을 잠시 중단했던 제약회사들 중 상당수가 대면 영업을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케어 빅데이터 기업 한국 아이큐비아가 지난달 8일 발표한 국내 제약시장의 프로모션 활동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제약 시장의 ‘콜 수(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병의원을 방문하는 횟수)’는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국내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 A씨는 “최근 들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마찬가지로 하루에도 10여 곳이 넘는 의원을 방문하고 있다. 특별히 회사 측에서 병의원 방문 자제령을 내린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영업사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의사들은 제약사 직원들의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장의 처방 실적 감소를 두고 볼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다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영업사원들의 병의원 출입과 마케팅을 위한 단체 모임이 더 이상 어려워진 제약업계는 기존의 대면 방식 대신 새로운 비대면 방식의 마케팅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다소 주춤했던 '언택트(Untact)' 바람이 국내 제약업계에도 불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5월 28일 광주자동차극장에서 비대면 심포지엄을 열었고, 동아에스티도 지난 4월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의 연구 결과를 웹심포지엄을 통해 발표해 접속자 수가 1900명을 넘었다. 앞서 보령제약도 지난 3월 고혈압·고지혈 치료제 ‘카나브’의 신제품 발매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해 2500명이 넘는 의료진이 동시 접속하는 등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의사 전용 지식·정보 공유 서비스 ‘인터엠디’가 국내 의사 101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5일부터 26일까지 ‘제약사 디지털 마케팅 활동’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 70.8%가 ‘웹캐스트 형식의 온라인 세미나·심포지엄’을 경험했고, 40.2%가 제약사 자체제작 의사전용 포털 사이트를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존의 대면 마케팅에 익숙한 의사들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생소할 수 있다. 특히 의사가 온라인이나 IT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더욱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웨비나를 늘려 의사들에게 전화나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으로 참석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반응이 시큰둥해 참석률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어 기존의 대면 방식을 대체하기는 아직까지 힘든 상황”이라며 “특히 국내 업계 사정상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의사와 친분을 맺어온 경우가 아니라면 특별한 전략 없이 당장 의약품 매출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비대면 제약 마케팅의 일환으로 웨비나, 전화 서비스, 디테일링 웹페이지 구축, 동영상 안내 등으로 e-디테일링 플랫폼을 다양화하면서도 이에 더해 ‘감성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예를 들어,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지쳐 있을 의원 원장을 정서적으로 위로하는 한편 의원 경영에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식으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전화로 적절한 치료를 놓치고 있는 환자집단을 EMR(전자의무기록)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방법을 영업사원이 전화로 안내하면 대부분 반응이 매우 좋다”며 “그러면서 그 환자집단과 연관이 있는 자사약품의 e-디테일링 자료를 링크해서 EMR에서 보여주면 관리가 필요한 환자군의 데이터를 의사에게 제공함으로써 호감을 얻고, e-디테일링 자료까지 유도함으로써 비대면 영업을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특히 “의사가 고령이거나 기존 대면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서 비대면 방식의 마케팅에 심리적 거부감이 있을 때, 이런 식으로 '플러스 알파'의 가치를 제공하는 식의 접근법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개원 경력이 30년이 넘은 60대 내과 개원의 D씨는 “의사 입장에서 기존의 익숙한 대면 방식이 아닌 비대면 방식을 굳이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힘들다"고 말했다. D씨는 "코로나19 상황에 막연히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방문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때 영업사원들이 전화로라도 진료나 환자 관리에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진심 어린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건네며 다가온다면 의사도 사람이기에 마음이 더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