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첩약급여화 '찬성' 결론···의료계, 저지 위해 장외투쟁도 불사
한의협, 첩약급여화 '찬성' 결론···의료계, 저지 위해 장외투쟁도 불사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6.25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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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회원 찬반투표 결과 63% 찬성 "건강보험 적용 완수에 최선 다할것"
의료계 "첩약의 안전성·유효성 전혀 검증 안돼···국민 대상 실험, 용납 못 해"
지역의사회 등 잇따른 성명 이어 의협, 오는 28일 청계천에서 장외집회 예고

대한한의사협회가 회원 대상 찬반 투표를 통해 첩약 급여화 사업에 참여하기로 공식 선언했다.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첩약급여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변수였던 한의협 내부 여론마저 '찬성'으로 모아지면서 이변이 없는 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 사업을 즉각 철회하라며 이달 말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오전 9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 전 회원 온라인 투표를 통해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찬성 여부 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 2만3094명의 한의사 회원 중 1만6885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73.11%)해 1만682명이 찬성(찬성률 63.26%)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오는 10월부터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한방 첩약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 결과와 관련해 한의협은 "한의사 회원들이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에 참여키로 뜻을 모았다"며 "마침내 8년만에 그 결실을 맺게 됐다. 궁극적으로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이 가시화되면서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 대표단체인 의협은 이달 말 반대 집회를 열고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24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긴급집회’를 오는 28일 오후 2시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역의사회·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도 앞다퉈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첩약 급여화의 부당성을 고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은 마루타가 아니다. 한방첩약 급여화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하며 “한방 첩약은 한약재 자체의 독성 및 한약재의 재배 및 유통과정 중에 발생되는 오염물질과 독성물질, 현대 의약품과의 상호작용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고 유효성도 검증된 바 없다”고 꼬집었다. 

부산광역시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국민과 의료계가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과학적으로 검증도 되지 않은 사업을 강행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낭비하려고 있다”며 시범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건강보험 재원은 국민의 피와 땀에서 나오는 것으로,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는 돈”이라며 시범사업 강행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사업 시행에 앞서 첩약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의약품은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재료부터 제조, 유통, 시판 후 관리까지 안정성과 유효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관리돼야 하지만 한약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라는 미명하에 제대로 검증 한 번 거치지 않고 경험에 의해 첩약을 제조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도“안전성과 유효성이 미검증된 첩약의 위험성을 누차 경고해왔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급여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국민건강 보호에 역행하는 것이자 건강보험제도를 문란케 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첩약 재료의 안정성이 확보됐다는 자료 공개가 선행돼야 할 뿐만 아니라 한약재 원산지 공개와 유해성분 분석자료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자의사회 역시 “인공지능을 필두로 4차 산업혁명이 일렁이는 변화의 시대에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강구하기에 앞서 한약의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표준화를 이루는 작업부터 착수하라”며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 여유가 있어 굳이 돈을 써야한다면 수가 현실화와 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치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부과의사회도 첩약이 급여화될 경우 만성질환 환자 관리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상을 내놨다. 피부과의사회는 “장기간 투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그 어떤 검증도 되지 않은 첩약을 급여화하기에 앞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된 생물학적 제재들의 급여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며 사업 중단과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의료계는 이처럼 반발이 큰 사업을 정부가 강행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사업 추진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 건강에 거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의도에 ‘불순함’이 의심된다고 지적하며 "복지부는 국민들을 '마루타' 취급하는 첩약 급여화 계획을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지역병원협의회도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에도 무리하게 첩약 급여화를 서두르는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안정성과 유효성에 명확한 근거없이 추진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료 낭비를 초래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동의없이 강행하는 것은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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