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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무서운 ‘인포데믹스’, 병원 기피하면 더 큰 위험 초래
코로나보다 무서운 ‘인포데믹스’, 병원 기피하면 더 큰 위험 초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6.23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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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장 정보로 인한 혼란 위험 수준···진단 감소로 최근 유방암 환자↓
전문가들 "적정 치료시점 놓치면 위험···병원 방문 가이드라인 필요"
국민의 보건의료 ‘리터러시’ 높여야···신종 감염병 불확실성 인식해야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우려 때문에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병의원 방문을 꺼리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고 있어 자칫 이들이 비감염 질환에 노출될 경우 코로나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3일 오후 2시 ‘감염병 위기와 인포데믹스’ 웹 심포지엄(이하 웹포지엄)을 열고 코로나19 사태를 포함한 최근의 보건 위기 때마다 예외 없이 발생하고 있는 정보의 감염, 가짜 뉴스 유행 등 다양한 ‘인포데믹스(Infodemics)’의 실태 및 양상, 현실적인 대안 등을 논의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보건위기를 넘어서는 사회적 재난 상황이 되면서 정보의 오류, 과잉, 과장 혹은 거짓과 관련된 이슈들이 일으키는 혼란과 불신, 나아가 실제 위협이 되는 문제가 간과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이민정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사진>는 “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73.2%가 몸이 아픈데도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은 적이 있고, 최근 유방암 환자가 1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된 이유도 실제로 환자 수가 줄어서가 아니라 유방암 검사 연기로 인해 진단 건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이러한 병의원 방문 기피 현상은 결국 정확한 정보 제공을 받지 못한 ‘인포데믹스’ 때문”이라며 “적정 치료 시점을  놓치면 이로 인해 기저 질환이 발생하고 나중에 추가 의료 비용까지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며 “감염성 질환에 대한 공포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려 비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까지 선행연구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사실 정부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해 병의원을 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민안심병원 정보를 공개해 적절한 진료를 받도록 유도했음에도 병의원 방문 기피 현상은 줄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환자들의 올바른 병원 방문을 위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웹포지엄 참석자들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가짜 정보와 뉴스가 판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국민들이 보건의료정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특히 신종 감염병의 불확실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로나19가 아닌 질환으로 인해 전체 사망률이 6%나 늘었다는 보고가 있는데 연말이나 돼야 작년 보건의료 지표가 나오는 우리나라 특성상 정확한 통계는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자 해독률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고등학교에서 생물2까지 배워 평균 생물학적 지식 수준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당장 약품 설명서만 봐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등 보건 부문에 대한 ‘리터러시’는 너무나 낮다”고 지적했다.

리터러시(literacy)는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문자 해독률과 최저 수준의 문맹률을 자랑하면서도 국민의 평균 리터러시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가짜 정보가 판치면서 보건의료와 관련해서도 이러한 낮은 ‘리터러시’가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기 교수는 “언론에서 보건의료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넘쳐나고 있지만 대부분 상업성 내용이기 때문에 국민의 보건의료 이해 수준을 높이는 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다”며 “사실 전문가 단체에서조차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중국 국경을 막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난하는 것을 보고 의사로서 많이 부끄러웠다”고 덧붙였다.

신인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통협력과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잘못된 보도 사례를 소개했다. 그가 꼽은 인포데믹스 사례는 △포항의료원 간호사 집단 사직 △마스크 공급 혼란 △중국 입국 제한 조치를 하지 않아 방역 실패 △코로나 검사 축소설 등의 보도들이다.

신 과장은 “우리나라 평균 교육 수준에 비해 국민들이 너무나잘못된 정보에 많이 현혹되는 것 같다. 당장 우리집 식구들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식품을 찾고 있고, 아무리 정부와 전문가 단체가 아니라고 해도 개구충제 성분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낭설도 아직까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저도 학생 때 면역학이나 감염병에 대한 수업을 들었지만 가장 어려웠다. 무엇보다 전문용어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통 전문가와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모란 교수는 “앞으로 정부와 보건의료계에서 잘못된 정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지하거나 펙트 체크를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전문가들조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확실한 예측이 힘들다는 점에서 관련 정보를 전달할 때 신종 감염병의 불확실성이라는 특징에 대해 확실한 이해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가 일어났을 때, 감염에 대한 우려로 언론의 현장 취재도 어렵고 취재 대상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정부 브리핑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또 전문가들도 언론에 취재에 필요한 정보전달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거나 정보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과학적 검증과 이를 일반인이 소화하는 영역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며 “언론에 비판 전통이 강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는 사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언론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화되지 않는 게 그 출발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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