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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고전적인 의사 역할로는 한계”
“4차 산업혁명 시대, 고전적인 의사 역할로는 한계”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6.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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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로운 의사 역할 찾는 신진 의사 과학자 한양대의대 고벽성 교수
쇼크 진단부터 처치까지, AI·IoT 접목한 ‘자동조절 쇼크 치료 기구’ 개발중
기계가 진단처치하는 것도 비대면진료 “논란 있지만 결국엔 자동화로 가야”

중환자실에 다급한 알람이 울린다. 환자에게 쇼크가 왔다. 의료진은 곧바로 환자의 심장기능, 혈관 저항성, 심장 압출량 등을 체크한다. 저혈량성 쇼크로 판단하고 수액 속도를 조절한다. 

이상의 모든 과정을 순식간에, 의사가 아닌 기계가 한다면 어떨까. 쇼크의 종류를 진단하는 일부터 적절한 수액 투여 속도를 조절하는 처치 과정까지 사람이 아닌 기계가 컨트롤하게 될 미래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벽성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사진=한양대병원 홍보팀)
고벽성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사진=한양대병원 홍보팀)

고벽성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진단부터 처치까지의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자동조절 쇼크 치료 기구(Auto shock device)’를 연구 중이다. 고 교수의 연구 과제는 현재 한양대병원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7인의 신진 의사과학자의 연구과제와 세부 과제 등에 대해 22억50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자동조절 쇼크 치료기구는 쇼크 환자를 자동으로 치료하는 의료 시스템이다. 고 교수는 “쇼크환자, 중환자들을 많이 대면하고 진료하다 보면, 경험이 많은 의사라 해도 쇼크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를 해야 환자에 가장 좋은지 (판단하는 것이) 항상 어렵다”고 말했다.

쇼크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이유는 쇼크의 종류도 많고, 다수의 환자에게서 쇼크를 일으키는 이유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쇼크의 원인만 해도 혈류량 부족, 심근 수축력 저하, 전신혈관 저항 저하 등 매우 다양하다. 숙련된 의사일지라도 임상적으로 쇼크의 원인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 교수가 개발 중인 기기는 의사가 임상 현장에서 겪는 판단의 어려움을 줄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혈압을 구성하는 요소부터 심장기능이 얼마나 충분한지, 혈관 저항성, 심장의 압출량 등을 수치로 분석해 쇼크의 종류를 결정한다. 다양한 환자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쇼크 진단의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에는 AI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다.

쇼크의 종류를 진단한 뒤에는 그에 따른 처치를 결정한다.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인퓨전 펌프와 중앙 컴퓨터가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양방향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해 자동으로 제어 피드백을 준다. 환자의 상태를 데이터로 바꿔서 중앙컴퓨터에 쏴주면, 중앙 컴퓨터가 ‘판단’을 한 뒤 인퓨전 펌프(수액 속도)까지 조절한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기계가 진단과 처치를 하는 것. 이것 역시 비대면 진료 아닐까.

고 교수는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에 대한 논란이 있다지만 결국은 자동화 쪽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에서 추진하는 비대면 진료와는 별개로,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등의 특수 상황에서 의료기기 개발을 통한 비대면 진료는 의료진 감염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중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레벨 D를 입고 벗기 힘들다”며 “보호장구를 (착용)해도 자주 노출될수록 감염 위험이 올라가는데 이 기기가 상용화되면 의료진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는 이제 절반 정도 진행됐다. 고 교수는 “3.5년 과정으로 계획했는데 이제 시작한지 1년 됐다”며 “IoT를 탑재해서 AI를 트레이닝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 부착하는 장비와 정맥으로 들어가는 장비 모두 제어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다. 고 교수는 “세부적인 오류를 쳐내는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쇼크를 판단해주고 처치를 자동화하는 기기가 도입된다면 기본적인 스크리닝 기능을 하는 것은 물론, 쇼크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동시에 의료수준 또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사가 하던 진단과 처치를 기계가 대신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고 교수는 “지금 하고 있는 모습에서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재난상황이나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이런 기술을 적용해 많은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미래의 의사 역할에 대해 “고전적인 의사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기술이나 통신, 4차 산업혁명과 접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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