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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인증 없는 의대설립은 제2의 '서남의대’ 만들 것”
“평가인증 없는 의대설립은 제2의 '서남의대’ 만들 것”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6.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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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성명서 발표, ‘의료법 개정안 반대’
“잘못된 입법의 피해는 결국 학생과 우리 사회가 감당”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면 ‘평가인증’ 없이 의학·치의학·한의학 전공학과를 신설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평가인증 없는 의대 설립은 자칫 '제2의 서남의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18일 ‘평가인증 없는 의대설립으로 제2의 서남의대 만들 셈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의학·치의학·한의학 전공학과를 신설하려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이 기존의 평가인증과 별도로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방식을 거친 경우 평가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방의 열악한 의료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의학·치의학·한의학 전공학과 신설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현행법상으로는 의사나 치과의사·한의사 면허자격은 교육부장관의 평가인증기구 인증을 받은 전공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만 부여된다. 그러나 교육부장관의 평가인증은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것을 포함하고 있어 기존 교육과정이 없을 경우 평가대상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증을 받기 전인 신설 교육과정에 입학한 사람의 경우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별도의 절차로 평가인증을 대신하게 함으로써 평가인증 제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의사를 양성한다는 정책의 목적에 크게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신설 초기 단계의 평가인증을 무력화해 부실 교육과 이에 따른 부실한 의사 배출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평가원은 우선 "현재 우수한 의사 양성교육의 질 관리를 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평가기관을 통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육여건에 대한 평가인증"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등교육법에 의과대학 평가인증이 의무화돼 있고, 의료법에는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생에게만 국가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미를 비롯한 의료 선진국들은 의무적으로 기존 의사 양성교육기관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의 신설 시점부터 평가인증을 통과한 기관만이 학생을 모집해 질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게 평가원의 설명이다.

이어 "현행 의료법 제5조 제3항 중 '입학 당시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대학의 신설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부실교육을 방지하기 위해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획득한 대학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즉, 의사 양성교육기관을 신설하려면 적절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육여건이 확보됐는지를 사전 평가인증을 통해 확인한 후에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우수한 의사 양성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특히 평가원은 "많은 사회적 물의와 부담을 초래한 부실교육으로 폐교된 서남의대 사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와중에 제대로 된 교육과정과 교육환경을 확인하는 평가인증 절차도 없이 학생을 선발해 교육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급해도 실을 바늘에 묶어서 사용할 수 없다. 입법은 정당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전문가 단체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며 "잘못된 입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실교육의 피해는 학생과 우리 사회 모두가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성명서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학교육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기초의학협의회 △의학교육연수원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국립대학교병원장협의회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등과 함께 공동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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