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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도 못한 걸···코로나 구원투수로 떠오른 '덱사메타손'에 의약계 들썩
렘데시비르도 못한 걸···코로나 구원투수로 떠오른 '덱사메타손'에 의약계 들썩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6.18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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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 연구팀, 산소호흡기 중증환자 임상서 사망위험 최대 40%↓
의사처방 필요한 항염증 스테로이드 제제···정부 "보조적 치료제로 생각"

‘렘데시비르’도 도달하지 못한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인 치료제가 영국에서 발견돼 의료계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증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어 경증환자가 임의로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경고하는 한편, 이번에 효과가 입증된 영국과 인구 역학적 특성이 다른 국가에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국 BBC방송 등은 옥스포드대 연구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영국 175개 국립병원과 연합해 중증 코로나19 환자 대상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2014명에게 소용량(6밀리그램)의 덱사메타손을 열흘간 투여한 결과 투약하지 않은 4321명과 비교해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했다.

이에 연구팀은 임상시험마저 중단하고 곧바로 비투여군 환자들에게도 덱사메타손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사망률 감소 효과까지 입증된 만큼 위약투여군에게 계속 이 제제를 투여하지 않고 관찰만 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판단해서다.

맷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즉시 성명을 내고 “덱사메타손을 이날 오후부터 영국의 코로나19 표준 치료제 중 하나로 쓸 것이다. 이를 위해 24만 명분의 치료제를 비축했다”고 발표했다.

덱사메타손은 지난 1957년 개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항염증 스테로이드  제제다. 현재는 특허권도 만료돼 약값도 매우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알에 33원이면 살 수 있고, 국내에 허가된 덱사메타손 제제만 110개 항목에 달한다. 항바이러스제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살균 효과는 없고 '항염증' 작용을 통해 사망률을 낮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인정된 ‘렘데시비르’의 경우 아직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에 상당한 금액이 투자된 만큼 덱사메타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일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선 충분한 물량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중증환자의 회복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낮추는 것만 확인됐을 뿐, 유의미한 사망률 감소 효과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임상 결과는 비록 초기이긴 하지만 세계 최고 명문대학에서 비교적 대규모로 임상시험이 진행된 점, 사실상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입증됐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고무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저도 당장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덱사메타손을 쓸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의약품인 덱사메타손은 중증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스테로이드 제제 자체가 부작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이외에 불법적인 루트로 경증환자나 중등도 환자들이 임의로 사용하거나 예방약으로 쓰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사실 스테로이드는 신종 감염병 사태 때마다 치료 효과를 두고 논란이 많아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입증될 수 있을지 확인이 더 필요하고,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환자들이 많은 영국과 환자들의 연령 분포, 성별, 비만도, 기저질환, 인구 역학적 특성이 달라 반드시 영국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옥스퍼드에서도 곧 전체적인 논문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경증환자나 일반인이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을 사용하면 오히려 면역시스템이 억제돼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고 고용량 복용 시 부작용도 심각하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라기보다는 염증 반응을 완화시켜주는 보조적 치료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보다 더 체계적인 임상연구가 필요한지에 대해 임상전문가들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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