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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 기대주 ‘콜린알포’, 급여축소 이유 놓고 설왕설래
치매 예방 기대주 ‘콜린알포’, 급여축소 이유 놓고 설왕설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6.1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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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축소에 제약사 이의신청 가능하지만 수용은 어려울 듯
"처방남발 측면 있어""약효 인정해야"···의료계 내부서도 시각차

정부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급여를 축소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제약업계에서는 급여 축소 결정 이전에 제약사들이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를 놓고 이런 저런 주장들이 엇갈리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제조·판매하는 10여 곳의 제약사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 제제에 선별급여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지난 11일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어 이 제제를 치매진단환자에게 처방할 경우에는 종전처럼 30%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유지하지만, 이외의 경우에는 선별급여를 적용하기로 해 앞으로 본인부담률이 80%까지 올라가게 됐다.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처방액 규모는 약 3500억 원대에 달하지만 이 중 치매진단환자의 치료를 위한 처방액 규모는 600억 원대로 전체의 17%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이번 약평위 결정대로 선별급여가 실시될 경우 3000억 원에 달하는 처방액 감소가 예상된다. 이로 인한 막대한 매출 감소를 우려해 제약사들이 긴급모임을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약평위의 선별급여 결정 결과는 추후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되어 최종 의결되면 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을 거쳐 실시하게 된다. 그 전에 제약사들은 1회에 한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약평위에서 다시 한번 해당 안건을 다루게 되면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선별급여 적용 시점을 다소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장의 매출 감소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제약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결국 이의신청을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아 종전대로 이 제제의 급여가 유지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약평위에서 이미 이번 급여 축소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제약사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임상자료를 제출했다. 자료를 검토했음에도 급여 축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기존 결정이 번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약평위가 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연구를 통해 치매 '예방' 효과가 입증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A8 국가 중에서도 이 제제를 우리나라처럼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하고 있는 국가는 오리지널 약이 개발된 이탈리아 외에는 없고, 나머지는 모두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외에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한 국가는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극히 드물다.

서울소재 한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A 교수는 “치매 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치매치료에 있어 충분히 비약물적 치료를 약물치료에 앞서 선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그동안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사전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처방이 남발된 측면이 있어 건강보험 재정을 생각하면 급여에 일정 부분 제한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약평위의 결정도 이러한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상 현장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손상 의심 또는 치매 초기 환자의 치료에 있어 현재 나온 약 중에 가장 적합한 약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또 다른 서울소재 대학병원 신경과 B 교수는 “경도인지장애의 10~15%는 치매 전조 증상에 따른 것인데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초기 증상에서는 환자들의 악화 속도를 늦춤으로써 처방에 따른 효과를 충분히 내고 있다”며 “치매 완치 효과를 내는 치료제는 아직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임상적 유용성이 가장 많이 입증된 이 제제를 다른 약제와 병용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나온 치매 관련 약제 중에서는 최적의 약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경우 건망형 경도인지장애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유효성이 입증돼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하고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치매 예방수단으로 권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신경과 개원의 C씨는 “치매 고위험군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물은 사실상 콜린알포세레이트 외에는 없고 임상 현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성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사의 처방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제약사들이 이의신청을 한다면 이에 따라 약평위가 어느 정도 결정을 일부 변경할 필요성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식약처의 임상 재평가가 오는 19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해 논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식약처는 이번 임상 재평가가 이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최근의 심평원 약평위의 급여 축소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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