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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의 "검증 안된 첩약급여 시범사업은 '인체실험'"
이비인후과의 "검증 안된 첩약급여 시범사업은 '인체실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6.1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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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내 돈 내고 참여하는 인체실험"이라고 비판하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1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준비되지 않은 채 국민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결사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학단체를 비롯한 의료계 전문가들의 우려와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사회는 우선 "정부에서 시범사업 대상으로 지정한 3가지 질환 중 하나인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급성이든 만성이든 다양한 원인 질병에 의해 발생한 결과적인 ‘증상’일 뿐"이라며 "진단명 자체가 질병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의학이나 과학기술이 밝혀낸 안면신경 마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안면신경의 감염이나 외상, 종양 등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에 대해 시진과 촉진, 병력청취는 물론, 청력검사와 전정기능검사, CT나 MRI 등의 영상검사, 안면신경에 대한 전기적 검사 등이 시행되며, 검사결과에 따라 원인이 진단되고 종합적인 판단에 의해 치료가 결정된다. 

특히 대상포진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이 원인일 경우 항바이러스 약제로 치료해야 하고, 중이염이 원인일 경우 항생제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의사회의 설명이다. 외상에 의한 경우 약물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고, 청신경이나 이하선 등에 발생한 종양의 경우 종양에 대한 악성여부 판단이 선행된 뒤 수술적 치료 등을 고려하게 된다.

의사회는 "이처럼 진단 자체가 복잡하고 치료도 다양한 질환에 대해 정확한 의학적 검토 없이 단순히 첩약으로 치료를 시도해보겠다는 발상 자체에 의학적인 의구심이 든다"며 "제도가 강행될 경우 국민건강의 심각한 저해와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대의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철저한 '근거중심 의학'으로, 유사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배제해 나가며 질환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과학적 치료방식"이라며 "수많은 임상 및 연구를 통해 통계적으로 입증된 방식의 진단 및 치료가 현대의학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진단 및 치료 역시 지속적인 감시를 통한 안전성 검토가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약물 역시 이러한 감시 시스템을 통해 교정이 이뤄진다"며 "최근 발사르탄 제재의 혈압약, 라니티딘 제재의 위장약 등에서 발암추정 물질이 검출돼 문제가 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안전성이 보장돼 보험등재 된 약물도 지속적인 약물감시체제하에서는 퇴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첩약’이 임상 및 연구를 통해 통계나 과학적으로 효력과 안전함이 입증됐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의사회의 입장이다.

의사회는 “너무나도 당연히 검토돼야 될 사항들이 무시된 채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될 첩약 급여화 사업이 강행된다면, 건강보험 재정의 주체이자 대주주인 국민들에게는 ‘내 돈 내고 참여하는 인체실험’이 돼버릴 것이고, 심각한 추가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첩약사업 진행과정에서 ‘보건복지’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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