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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산업 아닌 보건의료 관점에서 접근해야”
“비대면 진료, 산업 아닌 보건의료 관점에서 접근해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6.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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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배진교 의원 주최 국회 토론회서 전문가들 정부의 접근방식 비판
"산업적 측면서 정치적으로 접근"···복지부 관계자 "대면진료 보완수단" 해명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인가' 토론회.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인가' 토론회.

“비대면 진료는 산업이 아닌, 보건의료적 관점에서 봐야합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정책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정부 관계자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지, 특정 산업을 위해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인가’라는 주제로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 윤건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김철중 민주노총 정책국장 등이 발언자로 나섰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원격의료 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라며 “국가가 경제에 대해 대책이 없다면 지지를 받을 수 없으니 신성장동력 ‘정책’이 아니라 ‘될 법해서’ 꺼내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정책으로서의 효과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며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해서 어떤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 것인지조차 명료하게 제시돼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

조현호 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원격의료의 추진 조건은 산업적인 것 말고 보건의료분야의 관점에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첫 번째”라며 “정부가 (원격의료 정책을) 십 수년간 추진해왔는데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진료에서 비대면진료로 바뀌면 의료사고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결국 피해는 환자분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의사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의사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조 의무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선진국들은 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전달체계 문제로 의사를 만나기가 매우 힘들거나 의료비 부담이 큰 경우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접근성이 가장 잘 구축돼있고, 의료비도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조 이사는 지금의 정부 정책을 “일방적인 관(官) 주도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정책의 목적이 국민 편의성 제고인지, 의료비 절감인지, 의료 질 향상인지 명백한 목적을 얘기해야하고 정부가 솔직해져야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의료법 개정사항이 논점인데 산업계와 경제계가 논점을 굳히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의료산업발전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면서 “신라젠처럼 시판한 약도 없는데 시가총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이냐”며 “그것은 산업이 아니라 투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총에서 말하는 원격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인데 근거가 전혀 없다”며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개인정보관리체계 하에서 원격의료 얘기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김철중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발표 내용을 보면 순수하게 코로나 이후 논의돼 온 ‘의료 정책 논의’가 아니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정책국장은 “경제 부처가 앞장서고 정치권이 달라붙어서 원격의료를 거론하는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 방향이 ‘의료 돈벌이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원격의료 도입이 아니라 공공성 강화와 공공보건의료 확충”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측 인사로는 유일학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참석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과장.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김국일 과장은 “저희(보건복지부) 입장은 보건의료 정책적 관점에서 비대면 진료를 봐야한다는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자체는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접근성 향상, 감염병예방 등 궁극적인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해야하지, 특정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대면진료는 (대체되지 않고) 고수돼야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면진료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비대면 진료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원격의료 도입 시 상급병원 쏠림 현상으로 인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연내 하반기에 중장기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발표를 할 계획”이라며 “1차부터 3차까지 각 병원의 역할과 기준 등에 대해서 개선해 나가야하고, 개선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가 비대면 진료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의 입장을 듣고 소통하기 위해 의협 등 의료단체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김 과장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의료계와 상의하고 협의하기 위해 만날 수 있고 함께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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