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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안 들여다볼 수도 없고'···이비인후과 개원의, 절반이 "매출 60% 이상 감소”
'코를 안 들여다볼 수도 없고'···이비인후과 개원의, 절반이 "매출 60% 이상 감소”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6.17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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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회원대상 ‘코로나19 피해현황’ 설문조사 결과
의사가 마스크·고글 써도 환자가 잠시 내리면 무조건 '자가격리' 조치
박국진 회장 “진료 특성상 코로나 직격탄···무차별적 자가격리 자제해달라”
(자료=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제공)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회원 5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피해현황' 설문조사 결과
<자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제공>

이비인후과 개원의 절반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비인후과의 경우 과 특성상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환자가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의료진의 보호장구 착용 여부와 관계 없이 보건당국이 일괄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내리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답자 60%, 현 상황 지속되면 "6개월 이상 병원 운영 어려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지난 달 회원 5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량인 49%가 작년과 비교해 월 건강보험청구액과 월 매출액이 60% 이상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44%는 월 매출액 등이 40~59% 정도 감소했다고 밝혀 전체 응답자의 90% 이상이 최소 40% 이상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제공)
<자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환자의 귀·코·목을 봐야 하는 이비인후과는 진료 특성상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진료과를 찾을 때보다 혹시 모를 확진자와의 접촉 우려가 큰 편이다. 이는 실제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 수 감소로 이어졌다. 

'2019년 동월 대비 내원 환자는 얼마나 감소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3%가 “40%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내원 환자 수가 △40~59% 감소했다고 답한 경우가 31%, △60~79% 감소가 57%, △80% 이상 감소했다고 응답한 경우도 5%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직원을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진행 예정이라고 답한 곳이 10곳 중 7곳 이상이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60%가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6개월 이상 의료기관 운영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절반 가까운 응답자(45%)는 "코로나 사태가 지속될 경우 폐업할 생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자료=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제공)
<자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응답자의 74%는 개원시 메디컬론을 비롯한 대출을 이용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70%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미 추가 대출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은 세금 감면 유예 등 세제지원(42%)을 1순위로 필요한 대책으로 꼽았다. 이어 △정부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대상에 포함(20%) △직원 휴업수당 등 인건비 지원(17%) △저금리 금융지원 또는 추가 자금대출(15%) 순이었다. 

◆'자가격리' 경험 의사 81명 설문···진료시간 5분 이내(90%), 양성은 '0'명

이비인후과는 환자 접촉으로 인한 자가격리 비율이 가장 높은 과로 알려졌다.

다른 진료과의 경우 환자가 마스크를 쓴 채로 진료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 만약 확진자가 병원을 다녀갔다 하더라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다는 것만 증명되면 의료진에 대한 자가격리나 병원 폐쇄조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비인후과는 정상적인 진료를 위해 환자의 목이나 콧속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의료진이 이중삼중의 보호장구를 착용했다 하더라도 보건당국은 자가격리를 명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비인후과의사회가 진료 도중 확진자와 접촉해 실제 자가격리를 당한 경험이 있는 이비인후과 개원의 81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93%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병원에 왔지만 진료시엔 마스크를 벗은 경우가 73%에 달했다. 

이 때 의사 본인은 마스크를 비롯해 장갑이나 고글 등 보호장구를 최소 1가지 이상 착용하고 있었지만 모두 자가격리 조치됐다. 응답자의 90%는 진료 시간이 5분 이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진료 당시 진찰을 위해 (환자의) 마스크를 잠깐 내렸다가 올렸다는 것이 이유가 돼 격리조치를 당했다" "환자의 입안을 진료했다고 하여 2주간 자가격리 당했다"는 등 의사의 보호장구 착용 유무와 관계없이 환자가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는 이유로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조치가 취해졌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환자와 의사) 둘 다 썼지만 (보건당국에서) CCTV가 있냐고 물어와 '없다'고 하니 바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는 경우도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당한 응답자 가운데 단 1명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전체 응답자 81명 가운데 73명이 실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이 중 44명은 두 차례 이상 코로나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박국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호흡기 증상을 보는 이비인후과는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회복되는 기미가 전혀 없어 다른 과보다도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한의사협회와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에 여러 차례 이비인후과의사회의 의견을 전달했는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귀·코·목을 보는 과에서 환자 마스크를 내리지 않고서는 진료를 볼 수 없다"며 "무차별적인 자가격리를 자제하고 배려해달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비인후과 개원의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코로나 환자가 감기 환자와 뒤섞이게 되면 그때 가서는 어쩔 것이냐"며 "자가격리 등에 대한 사례 정의를 바꾸는 등 현실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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