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면데면' 해진 캠퍼스···기말시험 방식 놓고 갈등 고조
'데면데면' 해진 캠퍼스···기말시험 방식 놓고 갈등 고조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6.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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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한양대·경희대 등 학생단체 잇따라 성명서 내고 “대면시험 철회하라” 주장
온라인시험 잇따른 컨닝에 대학들은 '진퇴양난'···전문가들 “방역수칙 준수하면 안전"

기말시험을 앞둔 전국 대학가가 시험 방식을 두고 학교측과 학생들이 심각한 갈등에 휩싸였다. 대다수 학생들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이유로 전면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측은 부정행위 등에 대한 우려로 '대면' 시험 원칙을 고수하면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대학생은 약 330만명에 달한다. 

고려대·한양대·경희대 등의 학생 단체들은 지난달 초부터 학교측과 시험방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의 6일 성명서 전문.(사진=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의 5일 성명서 전문.(사진=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성명서를 내고 “기말고사 시행 방식 결정은 학우들의 건강권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며 “기말시험은 과제로 대체하며, 과제 대체가 어려울 시 온라인 기말고사 시행으로 시행 방침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응답자의 84%가 대면 시험을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온, 재학생 7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응답자들은 ‘원하는 시험 방식’으로 △과제대체 57% △전면 온라인(비대면) 20%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비대위는 지난 9일엔 교무처장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학교측은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하되 비대면 시험도 채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시험방식은 교수와 학생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고 한다. 

조율 고려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앞으로 교수-학생 간 협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고 협의과정 없이 시험방식을 채택하는 강의에 대해서는 피해사례를 수집해 교무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장실 앞에서 대치 중인 한양대학교 학생들.(사진=한양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총장실 앞에서 대치 중인 한양대학교 학생들.(사진=한양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한양대학교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양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학사팀의 기말시험 안내는 학생들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대면수업에 나와야하는 일방적인 절차”라며 “학생 위험을 가중하는 대면수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한양대 역시 재학생 43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기말시험은 비대면시험으로 치러져야한다’고 답했다. 

류덕경 한양대 교육정책위원장은 “학교 감염병위원회 위원이신 예방의학과 교수님 중 한 분이, ‘방역 수칙만 준수한다면 시험 자체에는 문제 없고, 다만 학생들간 식사 자리나 술자리 등 시험 이외의 상황이 우려되긴 한다’고 말했다”며 “그렇다면 시험 자체는 문제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면시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양대 비대위는 지난달 27일 교내 감염병관리위원회에 성명서와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이에 학교측은 10일 서면으로 보낸 답변에서 “학교 방침도 평가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면 비대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전체 학부 수업 중 30%의 경우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면시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대면시험이 원칙이란 기존 지침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한양대 감염병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 중인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은 비대위측에 설명문을 보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환기를 충분히 시키고, 서로 말을 하거나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면 코로나19의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한양대의 시험일정과 대상학생을 고려했을 때, 대면시험을 위해 일별 등교하는 인원수는 전체학생의 25% 내외로 교육부에서 권고하는 기준(수도권 고교생 전체 2/3 이내 등교, 유초중고생 전체 1/3 이내 등교)보다 밀집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방역 수칙만 준수한다면 대면시험도 충분히 안전하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분반 강의실을 늘리고, 감독관도 늘리고,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 제대로 하면 얼마든지 대면시험 안전하게 치를 수 있다”며 “올 초 전문의 고시를 볼 때 출제자만 200명, 응시자는 3000명이었는데 방역수칙 준수해 아무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다만 “대학들이 코로나 이전의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시험 치러야한다”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전문위원회에서 학회 행사 진행 시 방역 수칙을 자문하고 세부 지침들 내놓은 것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 역시 방역 수칙 준수가 관건이라고 봤다. 마 위원장은 “학생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환기한 상태라면 대면시험을 안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안을 같이 고민할 필요는 있다”면서 “학생들도 ‘무조건 대면시험에 응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같이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평가해야 하는 교수들은 또다른 고충을 호소한다.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교에서 영상방송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A 교수는 “확진자 발생 예방을 위해 비대면 시험으로 진행하는 것은 좋지만, 학교 차원에서 출결 등을 이유로 형식적인 절차를 요구해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일례로 과제 제출로 기말 시험을 대체하는 경우, 학교에서 출석 체크를 위해 교수가 수업 관련 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학생들이 이를 시청해야 출석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15주차 수업도 다 끝난 상황에서 교수는 출석체크만을 위해 영상을 제작해야하고, 학생들도 형식적으로 이를 시청해야한다”고 전했다.

과목 특성상 대면 수업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더욱 곤란한 상황이다.

같은 대학 패션디자인학과 학과장 B씨는 “의상제작 수업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학교가 ‘대면’ 지시를 했다가 하루아침에 ‘비대면’ 지시를 내리는 등 계속 말을 바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B씨는 “의상을 만들어 졸업작품을 내야 하는 졸업반은 여름 방학에 보충수업까지 검토 중”이라며 “이런 상황을 모두 교수가 판단하고 대응하려니 복잡하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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