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뭘 믿고'···복지부, 500억 들여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강행 논란
'대체 뭘 믿고'···복지부, 500억 들여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강행 논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6.1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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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건정심 소위서 계획안 논의···의약계 반대로 미뤄졌지만 강행 의지 여전
의료계 "필수의료도 아닌데 왜 강행하나" 반발··· 한의계 내부 반대가 '변수'

정부가 의약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의약계는 첩약에 대한 수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데다, 무엇보다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신뢰할 수 없다며 시범사업 추진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을 논의했다. 

계획안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와 월경통, 알레르기 비염, 안면신경마비, 슬관절염 등 5개 질환 중 우선 올해 하반기부터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첩약을 처방하면 이에 대한 건강보험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첩약 급여 수가는 첩약 한 제(10일분)당 14만~16만원 수준으로 조제탕전료 4만원, 실거래가 기준 약제비 3만~6만 원 등이 포함된 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 본인부담률은 50%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환자 당 한 제까지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에 연 500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열린 소위원회에서는 정부의 계획안을 놓고 의약단체들이 심층변증방제기술료와 안전성·유효성 미확보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정부는 향후 추가 논의를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의약계가 반대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를 제지할 수단이 없는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시범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시범사업을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범사업을 적극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첩약 급여화'와 관련해 첩약은 필수의료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보약을 먹고 싶다면 건강보험이 아닌 자비로 보약을 사서 복용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도 않은 현 시점에 정부와 한의계가 필수의료도 아닌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시행하려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케어는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필요한 의료를 우선 제공해야 하는데 첩약 급여화는 이 정책에 맞지 않는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건강보험 재정까지 사용하며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번 건정심 회의에서 첩약 수가와 가장 문제가 된 ‘심층변증방제기술료’ 수가와 관련해 “현재 의과 초진료는 1만2000~1만3000원 수준인데, 한의과 진찰료는 3배나 높게 책정됐다”며 “지나치게 과하게 책정됐을 뿐만 아니라 근거도 미흡하다”고 말했다. 

의협 한방대책특위는 건정심 소위원회 담당자들을 만나 시범사업 저지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부가 첩약에 사용되는 약제에 대한 기준도, 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사업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도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료기술이나 의약품 등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가 된 후에 급여체계로 들어오는 것인데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료제도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특히 한약재에 대해선 임상시험을 면제하는 부분을 한약제 허가 사항의 가장 큰 '맹점'으로 보고 있다. 박 대변인은 "극단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방을 정부가 인정하고, 심지어 건보재정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한의계 내부에서도 첩약 급여 시범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들은 시범사업에 책정된 수가가 실제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첩약가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하며 시범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전회원 찬반투표를 통해 만약 반대표가 많으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로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좌초된다면 한의계 내부에서 발목을 잡는 상황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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