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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죽을 지경'···면역항암제 급여화 지지부진에 환자들 '폭발'
'기다리다 죽을 지경'···면역항암제 급여화 지지부진에 환자들 '폭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6.10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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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제약사, 재정분담 방안 줄다리기···키트루다, 이달에도 급여 확대 고배
비급여에도 매출액 갈수록 증대···환자단체연합회 "환자가 죽어가고 있다"

'기적의 치료제'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화 확대 논의가 재정분담을 둘러싼 정부와 제약사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환자 단체가 나서 정부와 제약사를 비판하며 급여화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암질환심의원회가 열린 심사평가원 전경
암질환심의원회가 열린 심사평가원 전경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시판이 허가된 면역항암제는 MSD의 키트루다, 오노약품·BMS의 옵디보, 로슈의 티센트릭, BMS의 여보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등이 있다.

환자의 자가면역체계를 활용한 면역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개발된 3세대 항암제다. ‘기적의 치료제’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치료효과를 갖고 있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생존기간도 길다.

또한 흑생종, 비소세포폐암, 호지킨림프종, 두경부암, 신장암, 방광암, 위암, 식도암, 유방암 등 고형암을 중심으로 다양한 적응증을 갖고 있고 현재도 임상시험을 통해 계속해서 적응증을 넓히고 있어 환자들의 급여화 확대 요구 목소리가 매우 높다.

문제는 비용이다. 면역항암제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약값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을 넘기도 하는 등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소세포폐암에 키트루다·옵디보·티센트릭, 흑색종에 키트루다·옵디보, 방광암에 티센트릭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뛰어난 치료효과와 다양한 적응증으로 급여화 요구 목소리가 높은데도 이처럼 급여 확대가 지지부진한 이유 역시 높은 약값으로 재정분담 방안을 놓고 정부와 제약사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지난 4월에 열린 암심의위에서 건보 재정분담 문제로 논의가 미뤄진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MSD는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단독 및 병용요법, 방광암 2차 이상 단독요법 등 총 5개 적응증에 대한 급여 확대가 논의됐지만 또 다시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이다. MSD는 급여화를 위해 제출 의무가 없는 1차 요법 경제성 평가 자료와 재정분담안 자료까지 암질심에 제출했지만 급여 확대는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약값으로 인해 좀처럼 급여화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서 면역항암제의 매출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키트루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347억 원을 기록해 그동안 1위였던 리피토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환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수년째 정부와 제약사의 면역항암제 급여화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자 환자들의 급여화 요구 또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오노약품공업 앞에서 면역항암제 건보 급여기준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말기암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으면 죽지 않을 수 있는데도 높은 약값을 받으려는 제약사와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하려는 재정당국의 양보 없는 대치로 인해 환자들은 생명 연장의 기회를 잃고 죽어가고 있다”며 급여 확대를 요구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재정분담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다양한 적응증과 뛰어난 치료효과를 가진 면역항암제이지만 급여화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너무 커 정부에서 선뜻 급여화하기 어려워 검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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