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대법 "사무장 병원에 명의 빌려줬더라도 요양급여 '전액' 환수는 부당"
대법 "사무장 병원에 명의 빌려줬더라도 요양급여 '전액' 환수는 부당"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6.1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심, 위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는 '정당'
대법, 부당이득 환수는 '재량행위'···"요양급여 내용·액수 등 고려해 환수액 정해야"
대법원 전경.(사진=뉴스1)
대법원 전경.(사진=뉴스1)

‘사무장 병원’에 명의를 빌려주고 근무한 의사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법원은 불법인 사무장 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의사에게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돌려받는 것은 건보공단이 마땅히 취해야 할 '기속행위'라고 보고,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받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이를 건보공단의 ‘재량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 환수금을 일정 부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법원은 요양병원장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2013년 건보공단은 의사인 A씨에 대해 “비의료인에 고용돼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A씨의 근무 기간 동안 해당 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51억원을 전액 환급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구 의료법 30조2항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사건 병원이 비의료인에 의해 개설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인이 정상적인 진료행위를 하고 그 대가를 수령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 등을 수령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2억500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았을 뿐, (전체) 요양급여비용인 51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사건 병원은 구 의료법 30조2항에 위반돼 개설된 위법한 의료기관”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결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도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때에는 요양급여비용 '전부'가 환수돼야 할 부당이득금액에 해당한다”며 “A씨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건보공단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를 결정하기 위해선 먼저 환수처분이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 국민건강보험법 52조1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 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해야한다”며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러한 사정들을 심리하지 않은 채, 개설명의인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한 이 사건 각 처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1,2심에서 공단 측 소송대리인을 맡은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동안 사무장병원은 (요양급여비를) 70%만 반납하고 의사는 100%를 반납하던 부당한 결론에 대해 기준이 제시됐다”며 “공단의 환수처분을 기속행위로 봤던 이전 판결과 달리 대법원에서 재량행위로 판단해 더 이상 ‘사무장 병원에 고용된 의사에 대한 전액 환수가 마땅치 않다’고 픽스(fix)한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