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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사망’보다 ‘정신·행동 장애’ 부담이 더 크다
‘조기 사망’보다 ‘정신·행동 장애’ 부담이 더 크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6.02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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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大 윤석준 교수팀, 정신건강 질병부담과 예산 비교 분석
정책 수혜 대상 특성 고려해 우선순위 정해 적절히 분배해야
윤석준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윤석준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조기 사망은 보통의 나이보다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조기에 사망하는 것과 정신이나 행동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을 수치화해 비교한다면 어떤 것이 더 부담이 클까? 또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규모는 얼마나 될까?

국내 연구진이 이를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이 연구에서 조기 사망보다 정신·행동 장애에 따른 질병부담에 따른 간접비용이 큰 것으로 나타나 정책수혜대상의 특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적절한 분배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팀(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 고든솔 연구교수,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한양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실 김영은 팀장)은 ‘한국인의 정신건강 질병부담과 보건복지부 예산 비교 연구 결과’를 정신건강 분야 SSCI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Mental Health(IF=2.604)>에 지난 5월 22일 게재했다.

장애보정생존연수(Disability Adjusted Life Years, DALY)란 질병으로 조기 사망해 손실된 수명(Years of Life Lost, YLL)과 질병을 안고 생활하는 기간(Years Lived with Disability, YLD)의 합을 말한다.

즉,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이 어떤 질환으로 인해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해 나타낸 것이다.

연구팀이 2015년 한국인의 정신 및 행동 장애 질병부담을 DALY로 계산했을 때, 인구 10만 명당 1,831 DALY로 이는 전 질환 질병부담의 6.4%를 차지했다. 정신 및 행동 장애 DALY의 98% 이상이 YLD에 영향을 받았다.

이는 조기 사망에 따른 부담보다 정신 및 행동 장애를 안고 살아감으로써 발생하는 부담이 더 큰 것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2015년 정신 및 행동 장애 사회경제적 비용 규모는 약 7조 2천억 원으로 실제 의료이용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보다 생산성 손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등의 간접비용으로 인한 부담 비중이 63.5%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보건복지부 예산 중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2,841억 원으로 일반회계 1,013억 원, 자살예방 및 지역정신보건사업이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 738억 원, 국립정신병원 운영 예산인 특별회계 1,090억 원으로 구성됐다. 일반회계 보건의료 분야의 주요 프로그램은 정신요양시설 운영 지원 817억 원, 정신보건시설 확충 105억 원 등이 있으며, 일반회계 사회복지 분야로 2018년부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예산 35억 원과 2019년부터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예산 2억 원이 각각 포함됐다.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관련 예산이 2007년 869억 원에서 2019년 2,841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보건의료 분야 예산 중 비중은 2.4%로 전년도 대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질병부담과 같은 정책 수혜 대상의 특성을 고려한 자원의 우선순위 설정과 분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정신 및 행동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치료환경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치료 후 일상생활 복귀를 지원하는 예산도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책임자인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 정신질환자의 특성에 따른 근거 중심의 체계적인 재원 확보 계획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신건강 문제의 사회 전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준 교수는 고대 의대 및 보건대학원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며 지난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2014년 기획상임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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