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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에 타협 의지 없어”···의협 수가협상 올해도 '결렬'
“공단에 타협 의지 없어”···의협 수가협상 올해도 '결렬'
  • 배준열·박승민 기자
  • 승인 2020.06.02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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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헌신에도 ‘토사구팽’···박홍준 단장,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 제시”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 반영할 의지 전혀 없음 확인···“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결국 3년 연속 '결렬’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아 코로나19로 신음하던 의료계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으면서도 국민을 위한 헌신과 희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온 힘을 모은 대한민국의 의사들에게 전 세계는 찬사를 보냈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정부와 건보공단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이다. 

건보공단 측이 제시한 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인상률에 대해 의협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어려운 수치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공급자와 보험자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조산사회 등 6개 의약공급자단체들의 수가협상단은 공단 수가협상단과 수가협상 종료일인 6월 1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날인 2일 오전 6시까지 장장 14시간에 걸쳐 릴레이 수가협상을 벌였다.

의협은 총 6차례에 걸쳐 공단과 협상을 벌였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이번 협상 결렬에 따라 공단이 최종적으로 의협에 제시한 의원급 수가인상률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다시 심의·의결돼 최종적으로 결정되게 됐다.

건정심이 의원급의 최종 수가인상률을 심의·의결해야 하는 기한은 오는 6월 말까지이며, 건정심이 관례적으로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패널티를 의협에 부여할 경우 공단의 최종 제시 인상률에서 0.1%로 감액된 인상률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협상 결렬을 선언한 직후인 2일 새벽 4시쯤 기자들과 만난 박홍준 의협 수가협상단장<사진>은 “그동안 전국 3만2500여 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서 신의와 성실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지만 타결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지금 여기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회원 여러분들에게 상당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협상이라는 것은 상대가 진실되게 손을 내밀었을 때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건보공단은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내민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상률 수치를 제시해 공단에 코로나로 인한 의료계의 어려움을 반영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알게 됐다. 이 모든 책임은 정부 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이번 수가협상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이 수가에 반영될 수 있을지 여부였다. 지금까지 건보공단이 수가협상이 진행된 해의 상반기 진료비 통계를 협상에 반영하지 않았던 것이 관례였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의료계가 신음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건보공단 측이 결국 이같은 의료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셈이다. 

의협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제시받은 내년도 의원급 수가 인상률은 2.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에 제시받은 2.9%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번 수가협상 중간에 잠시 동안 예상보다 추가재정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조차 코로나19로 초토화된 마당에 우리나라가 초기 방역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국 코로나19 극복의 모범사례로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이 바탕이 된 만큼, 이같은 사실을 내년도 추가소요재정규모를 결정하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병호 재정운영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소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업종 가운데 하나가 의료업종이고, 의료계는 사태 극복을 위해 헌신했다”며 “어느 정도 의료계가 받아들일 만한 성의를 보인 밴딩폭을 제안했다”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여기에 박홍준 협상단장(서울시의사회장)을 중심으로 한 의협 수가협상단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해 강청희 급여상임이사가 이끄는 공단 수가협상단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각종 수치와 데이터를 총동원해 공단 수가협상단을 설득함으로써 최악의 경영난을 맞으면서도 세계가 놀랄 정도로 감염병 위기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료기관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납득할 만한 수가인상이 불가피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3년 연속 의원급 수가협상 결렬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말아 사상 초유의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쳤던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회생할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 찾아오기 어렵게 됐다.

특히 올해에도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깜깜이 협상’으로 일관했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재정소위로부터 넘겨받은 추가재정소요분(밴딩)의 구체적인 수치를 공급자단체에 알려주지 않은 채, 각 유형의 진료비 현황을 대략적으로만 설명하는 소통방식을 이번 협상에서도 재연한 것이다. 이처럼 매년 극심한 ‘정보 불균형’ 상황에서 협상이 진행되면서 공급자단체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이번 수가협상 결과로 인해 그렇잖아도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 의대정원 늘리기, 문재인 케어 등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불편했던 의정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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