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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팡팡' 터지는데···서울시내 일부 보건소 일반진료 재개 논란
집단감염 '팡팡' 터지는데···서울시내 일부 보건소 일반진료 재개 논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5.27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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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곳곳서 집단감염 속출하는데···주민민원 등 이유로 일반진료 재개
대구 집단감염 직후 정부 차원서 일선 보건소에 '일반진료 중단' 권고·지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방역에 최선 다해도 벅찬데···상상할 수 없는 일"
서울시내 한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에 이어 최근엔 인터넷쇼핑몰 쿠팡의 물류센터 소속 직원들이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등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금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집단감염 발발시 방역의 최일선에서 첨병 역할을 해야 할 일부 보건소가 최근 방역과 무관한 일반 진료업무를 재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보건소는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일반진료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일반진료 업무를 계속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서대문구·마포구보건소 일반진료 실시···서울시, 지난 2월말 일반진료 중단 권고  

의사신문이 27일 서울시 25개구 보건소의 일반진료 여부를 조사한 결과, 서울시의 일반진료 중단 요청 이후에도 중구와 서대문구·마포구 등 3곳에서 일반진료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구보건소의 경우 정부와 서울시의 중단 권고 이후에도 사실상 중단 없이 일반진료 업무를 계속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구는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5월초에 2주 간 일반진료 업무를 잠시 중단했을 뿐, 25일부터 일반진료를 재개했다. 

서대문구의 경우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보건소 일반진료 업무 재개 관련 문의가 늘어나자 지난달 말부터 만성질환 재진환자를 중심으로 오전에만 일반진료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줄어들자 오전에 일반진료 업무를 재개했다. 다만 지난 13일부터 다시 중단한 상태다.

앞서 지난 2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방역 업무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 "일반진료 및 건강증진 업무를 잠정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국가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 수준으로 격상됨에 따라 선별진료소를 확대하는 동시에 보건소의 가용인력을 모두 자가격리 대상자 모니터링과 역학조사, 환경소독 등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투입하기 위한 조치였다. 

서울시도 지난 2월 24일 산하 25개 보건소의 일반진료 기능 중단을 선언하고 선별진료소를 강화해 24시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6개 시립병원의 공공의료 기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치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만성질환 관리나 일반진료가 필요한 시민은 일반 병의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최근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에 이어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 내 감염, 인터넷쇼핑몰 물류센터 집단감염 등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서울시 내 일부 보건소들이 슬그머니 일반진료를 재개한 것이다. 

◆ 재개 보건소측 "저소득층 의료지원 나몰라 못해"···마포는 "중단 권고 몰랐다"

해당 보건소측은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지원을 중단하면 '의료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중구보건소 관계자는 "중구의 경우 저소득층 노인 인구가 많다보니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충족시켜줘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정부와 서울시의 일반진료 중단 권고를 이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선별진료소와 일반진료용 출입구를 분리하는 등 감염 우려가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한 시스템을 갖춰 일반진료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대문구보건소 관계자는 "일반진료 업무 재개 여부에 대해 주민들, 특히 노령층의 문의가 증가해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 등 만성질환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 방문 시 코로나19 관련 진료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의심환자는 곧바로 선별진료소로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마포구보건소의 경우 정부와 서울시가 내린 ‘일반진료 업무 중단’ 권고·지시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포구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반진료 업무를 중단하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해 일반진료를 계속해 왔다”고 했다. 최근 일반진료 업무를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선별진료소를 찾는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도 보건소가 일반진료 업무를 재개한 곳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전 유성구를 비롯해 경기 안성시, 강원 속초시와 영월군, 충북 진천군과 증평군(도안보건지소), 전북 익산시 등에서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개인방역 수준을 완화하자 일반진료를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산시 보건소장은 “업무 중단으로 많은 불편을 초래했던 내과진료를 최근 재개했다”고 했다.

아직까지 대다수 보건소들은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신속한 감염병 대응을 위해 일반진료를 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천안시보건소는 “일부 지자체에서 보건소 일반진료 업무를 재개했다가 수도권 내 다중이용시설의 집단감염 발생 여파로 다시 업무를 중단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섣부른 업무 개시는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켜 감염병 대응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보건소의 일반진료 중단 방침을 거둬들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진료 중단 계획 발표 이후 일부 보건소들이 일반진료 업무를 이어가거나 재개한 것을 몰랐을 뿐 아니라 일반진료 중단 방침을 거둔 적도 없다"며 "기초 지자체 상황이나 특성에 따라 일부 구에서 구청장과 보건소장들의 협의 하에 일반진료 업무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의료계 "민관이 힘모아도 벅찬데 일반진료 재개···개탄스럽다"

일부 보건소들의 일반진료 업무 재개를 놓고 의료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그동안 의료계가 우려해왔던 것처럼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하면서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 학생들이 대거 선별진료소로 몰려가는 등 또다시 검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소가 섣불리 일반진료 재개에 나설 경우 또다른 화(禍)를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김성배 중구의사회 부회장은 "중구보건소가 일반진료를 하고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면서 "의사회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건소와 협조해 지역의사들이 나서서 선별진료소 봉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중구보건소의 행보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며 "의사회 차원에서 선별진료소 봉사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영섭 서대문구의사회장도 "서대문구 보건소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은데, 보건소 일반진료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섣부른 행보"라고 비판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 역시 "서울시내에서 무더기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할 보건소의 일반진료 재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서울시민이 감염병으로부터 더욱 위협받는 상황을 겪어야 보건소가 정신을 차릴 것이냐"며 "민·관이 하나가 돼 방역에 최선을 다해도 벅찬 시기에 보건소의 일반진료 재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서울 일부 보건소의 섣부른 일반 진료 재개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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