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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의대 설립 소식에 "시장님, 기존 공공의료기관부터 지원해주시죠"
서울시 공공의대 설립 소식에 "시장님, 기존 공공의료기관부터 지원해주시죠"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26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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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20일 “전국 최초로 지방정부 차원 공공의대 설립 추진 예정” 직접 밝혀
서울의료원 봉직의 연봉 전국 23개 의료원 중 21위···근속연수도 평균보다 3년 적어
시립병원 근무했던 전공의 “돈 없다고 사람 안뽑아···지인들에 이용하지 말라 할것”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공의대 설립 의사를 밝히자 서울시 입장에서는 공공의대 설립보다 서울시 내에 있는 공공의료기관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신속한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 의료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전국 최초로 지방정부 차원의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의료 확충을 목적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서울시 관할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이 예전부터 근무 환경 개선을 호소해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서울시의 공공의대 정책에 의문 부호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료원의 경우 전국 공공의료원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 여러 통계 등을 통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료원 봉직의 연봉과 전공의 연봉, 평균 근속연수가 모두 전국 평균에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 29개 공공의료원(분원, 경기도의료원 소속 병원 제외)의 봉직의 연봉 평균은 2억2300만원인 데 비해 서울의료원 봉직의 평균 연봉은 1억56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직장인에 비하면 높은 수준의 연봉이지만 같은 업계인 의료계 안에서, 격차도 67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서울의료원 봉직의 연봉 순위는 연봉정보가 있는 공공의료원 23개소 중 21위로, 뒤를 이은 22위 제주의료원(1억5300만원), 23위 인천의료원(1억5100만원)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전공의 연봉 역시 평균에 못 미쳤다. 전국 공공의료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연봉 평균은 6200만원이었지만, 서울의료원 전공의 평균 연봉은 5700만원에 그쳤다. 

서울의료원의 평균 근속연수 또한 전국 평균 미달이었다. 전국 의료원 평균 근속연수는 8.9년인 데 비해 서울의료원은 6년에 불과했다. 

열악한 상황은 서울의료원뿐 아니라 시립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A 시립병원에서 근무했던 내과 전공의 B씨는 “과마다 다르지만 내과의 경우 전공의 한 명당 많게는 28명까지 환자를 담당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촉탁의라든가 입원전담의를 더 뽑으면 업무 과중이 줄어들 수 있는데 병원에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안 뽑는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에 쏠린 업무 탓에 B씨는 "점심도 못 먹고 일했다”고 말했다. B씨는 “점심시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병원 측으로부터 ‘번갈아가면서 먹어라. 대신 환자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져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직원들로부터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B씨는 “환자의 건강을 위해 전공의 한 명당 환자 수를 줄여야한다고 말해도, 병원에서는 ‘이곳에 오는 환자들은 갈 곳 없는 환자들’이라며 ‘어떻게 환자를 적게본다는 말을 하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과도한 업무 부담은 간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B씨는 “A병원 간호간병 통합병동에서는 간호사당 환자를 10명씩 맡는다”며 “통합병동은 보호자 없이 간호사가 전부 케어 해야 하는 경우라, 5명을 봐도 힘든데 10명씩 환자를 봐 낙상사고가 끊이질 않았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간호간병 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립인 A병원 또한 이를 받아들일 것이 뻔한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간호사 충원은 더 이상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근무를 꺼리는 것은 당연지사. B씨는 “3개월 파견과 4개월 파견 각각 추첨을 하는데 전공의들이 A병원 4개월 파견이 당첨되면 마음 아파한다”고 말했다.

B씨는 “가족, 친구들에게 A병원을 이용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며 “공공의대를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공공 의료기관에 대해 지원이 이뤄져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국가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단 B씨 같은 내부자뿐만 아니라, 의료계 안팎에선 지금 서울시에 필요한 것은 공공의대 설립이 아닌,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일보다 공공의료기관의 환경이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성 이사는 “공공의사들이 취직하고 싶은 병원은 정해져있다”면서 “해외 학회도 잘 나갈 수 있고, 충분하게 연구할 수 있고 환자를 열심히 봐서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공공의료기관에서 만들어준다면 다 가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대책위원장은 “전문인력이 공공의료기관으로 안 가는 이유는 낮은 ‘대우’ 때문”이라며 “월급이 높아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러 여건들이 안 좋기 때문에 안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이러한 주장은 정작 공공의대 정책을 집행할 서울시 내부에서도 새어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에는 이미 많은 공중보건의도 있고 굳이 새로운 의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어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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