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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딘이 인후염 '원인'까지 치료한다고요?
베타딘이 인후염 '원인'까지 치료한다고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5.27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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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후 스프레이 시장 강자···전문가 민원 신청에도 식약처는 “문제없다”
바른의료연구소 "사전심의 받아도 약사법 위반 시 허위·과장 광고 해당"

국내 인후스프레이 시장의 강자인 한국 먼디파마의 '베타딘' 인후스프레이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광고 내용을 보면 인후스프레이가 마치 인후염의 원인까지 제거하는 특효약인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타딘 인후스프레이는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현재 TV CF에서는 ‘목 아플 땐 원인까지 치료하는 베타딘 인후스프레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광고하고 있다. 또한 ‘포비돈 요오드의 광범위한 항균 효과’ 아래에 '목 아플 때 원인균 제거 및 치료', '빠른 통증 완화 및 효과 지속' 등의 문구로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먼디파마 측이 제시한 참고문헌에 따르면, 실험실 연구 결과 베타딘에 노출된 세균들이 30초 후에 거의 모두 사멸됐고, 6명씩 배정한 학생군 간에 가글링 후 세균수 감소율은 베타딘 99.4%, 클로르헥시딘 59.7%, cetylpiridium chloride gargles 97.0%로 나타났다.

또한 고등학생 대상 임상연구 결과, 베타딘으로 가글한 고등학교에서는 다른 가글을 사용한 학교에서보다 감기와 독감으로 인한 결석률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디파마가 진행하고 있는 베타딘 인후스프레이 광고

먼디파마 측은 베타딘 가글 후 구강 내 세균 수가 급감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인후염의 '원인균'을 제거했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바른의료연구소는 "광고만 보면 소비자들이 인후스프레이가 마치 인후염의 특효약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후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인후 점막세포의 수용체를 통해 세포 내로 침입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어떻게 세포 밖에 있는 세균의 사멸 효과로 인해 소독약으로 사용되는 베타딘이 이미 세포 내로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균(세균이나 바이러스)을 신속하게 제거하여 치료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베타딘 가글로만 세균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은 구강 내 세균들이 씻겨져 나온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세균을 소멸시킨 게 절대 아니다”며 “이런 허위과장광고를 보고 심한 인후염으로 항생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이 베타딘 인후스프레이만 사용하다가 적시에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게 만들어, 결국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일부 의사들은 SNS 등을 통해 베타딘 인후스프레이 광고 내용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사전광고 심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별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엔 식약처 의약품관리과에 베타딘 인후스프레이 광고가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며 엄중한 처분을 내려달라는 민원까지 제기됐지만 식약처는 “광고 내용에 대해 광고심의위원회는 허가받은 효능·효과의 범주 내의 광고로 판단한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식약처의 태도를 놓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국민건강 보호라는 책무에 충실하기보다 제약회사들의 이권보호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는 “아무리 사전심의를 받았어도 약사법을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당연히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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