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5:22 (금)
삼성서울병원, 정부와의 메르스 607억 소송서 최종 승소
삼성서울병원, 정부와의 메르스 607억 소송서 최종 승소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22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政, 메르스 당시 접촉자명단 지연제출했다며 과징금 부과·손실보상금 미지급
법원 1심부터 줄곧 병원측 손들어줘···14일 대법원 상고 기각으로 원심 확정
의료계 “코로나도 유사사례 나올 수 있어···중소병원은 소송 감당못해" 우려
(사진=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사진=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발생으로 인한 손실보상금 607억원을 두고 정부와 벌인 3년 간의 소송 끝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로써 “삼성서울병원이 고의로 메르스 역학조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원심 판결이 확정되면서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손실보상금 607억원과 그 이자까지 물어주게 됐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슈퍼전파자로 불린 14번 환자와의 접촉자 명단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14번 환자는 2015년 5월27일부터 29일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었고 5월3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들은 삼성서울병원에 14번 환자와의 접촉자 명단과 연락처를 요구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이틀 뒤인 6월2일에야 전체접촉자 678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복지부는 이 명단을 6월6일 지역의료시스템에 입력했고 7일 각 보건소에 통보됐다.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5월30일부터 6월7일까지 일주일의 시차가 발생했다. 통보가 늦춰지는 동안 14번 환자는 총 81명을 3차 감염시켰다. 그중 16명이 사망했고, 17명이 4차 감염됐다.

메르스 사태가 종식된 후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이 환자 및 접촉자 명단 제출을 지연하는 바람에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2017년 삼성서울병원에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에 준하는 과징금 약 806만원(1일 53만7500원)을 부과했다. 

또한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지급 요청한 메르스 손실보상금 607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감염병의 발생 등으로 의료기관이 손실을 입을 경우 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명단 지연 제출 등이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할 수 있는 '감염병 예방조치 의무 위반으로 손실을 발생시킨 경우'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불복한 삼성서울병원이 2017년 5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2018년 11월 1심 법원은 삼성서울병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복지부가 항소에 상고를 거듭하면서 재판은 3년 간 이어졌다. 

결국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복지부의 항소가 기각된 데 이어,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상고 또한 최종적으로 기각(심리불속행기각)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마무리되면서 삼성서울병원은 명단 지연 제출로 메르스 역학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벗을 수 있게 됐고, 미지급된 손실보상금 607억원과 이에 대한 이자까지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종적으로 정부의 정보요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 과징금이 취소됐다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의료기관에게 과실이 있다면 손실보상을 할 수 없다는 비슷한 사례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삼성병원 같은 대형병원은 수년간 법정공방을 버틸 수 있겠지만 당장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원급이나 중소병원으로서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며 “손실보상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과실이나 행정처분의 경중을 따져 이를 반영한다면 몰라도 아예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아직 판결문을 전달받지 않은데다 최근 병원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다시금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듯했다. 

좌호철 삼성서울병원 언론파트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14일에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판결문을 아직 송달 받지 않아서 병원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판결문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내용이 구체적으로 따라올 수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