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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코로나19 백신 개발 여정···하루 새 냉온탕 오간 '모더나' 임상결과
험난한 코로나19 백신 개발 여정···하루 새 냉온탕 오간 '모더나' 임상결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5.2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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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상서 안전성·중화항체 확인···회사 주가 20%↑, 전 세계 증시도 긍정 반응
이튿날 유효성 의심받고 백악관 책임자의 주식 보유 사실 알려지자 주가 폭락
전문가들, 부작용 없이 항체 생성엔 긍정적···팬데믹에도 안전성 포기해선 안돼

최근 미국의 한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시험 결과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사상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중화항체 형성이 확인된 것은 긍정적 신호라며 고무적인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실제로 이 백신이 수십, 수백만 명에게 접종됐을 때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란 지적이다. 

앞서 미국의 제약회사 모더나에서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후보 물질 mRNA-1273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에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지난 18일(현지 시간) CNBC를 비롯한 다수의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만 18세부터 55세까지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45명의 참가자를 15명씩 3개 그룹으로 나눠 후보물질을 각각 25㎍, 100㎍, 250㎍씩 약 28일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250㎍은 1차례) 투여한 결과, 모든 참가자들에서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이 중 8명에게서는 일반 항체보다 바이러스 대응력이 더 뛰어나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까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모더나는 임상에 진입한 전 세계의 백신 개발사 중 가장 먼저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내놨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며 백신 개발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모두가 염원하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의 첫 성공 소식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잇따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관련 증시가 급등했고, 특히 이번 중간 발표가 있었던 날 모더나의 주가는 20%나 급등하며 주당 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같은 희열은 채 하루도 지속되지 못했다. 모더나가 유효성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료 전문지 스탯(STAT)은 19일(현지시간) "모더나가 전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소규모 초기 안전성 시험 자료로는 백신의 효과를 확실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임상시험 참가자 45명의 백신 투약 반응 자료는 물론이고 중화항체가 형성된 8명의 연령 등의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백악관이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만든 TF의 최고 책임자 몬세프 슬라위가 모더나의 전 임원이자 상당한 액수의 모더나 스톡 옵션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실험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 임상 1상 발표는 슬라위가 미 백악관 백신 개발 최고 책임자로 공식 발표된 지 불과 사흘 만에 나왔다.

이러한 의혹이 더해지면서 모더나의 주가는 성공 발표 하루 만에 시간외 거래 기준 15%가 폭락했고, 주당 67달러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모더나의 임상 성공 소식은 하루 만에 실망감을 안겨주었지만 어찌됐든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온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소규모의 인원이 참여하는 1상 임상시험이어서 백신의 효과를 확실히 평가하기는 어려웠지만 참가자 전원에서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이 확인됐고, 8명에게서는 중화항체까지 형성됐다는 결과는 간과할 수 없는 긍정적 신호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더나의 이번 중간발표가 성급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임상 결과 발표가 지나치게 성급하게 이뤄진 점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코로나19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우려가 높은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특히 “인체 대상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최초로 실시한 결과 45명 참가자 전원에게서 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고, 8명에서는 중화항체까지 형성됐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고무적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이 후보물질이 앞으로 수십만 명, 수백만 명에게 접종됐을 때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지, 8명에서 나온 중화항체도 얼마나 나왔는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백신 개발을 위한 과정이 그만큼 지난한 과정임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중간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김우주 교수는 "미국 정부가 백신 개발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며 “아무리 팬데믹 상황이더라도 안전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백신 개발을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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