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사전진료 없이 전화 통화만 한 건 진찰 아냐"
大法 "사전진료 없이 전화 통화만 한 건 진찰 아냐"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21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화통화 후 전문의약품 처방한 의사에 무죄선고한 2심 파기
과거 판례 인용, "진찰이란 환자의 용태 듣고 관찰해 판단하는 것"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화통화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가 확산하면서 정부가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사전 진료 없이 전화 통화만으로 의약품을 처방한 것은 ‘진찰’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다고 지난 14일 판결했다고 밝혔다. 

의사 A씨는 2011년 2월 전화 통화만으로 환자에게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했다. A씨는 사전에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지도 않았다. A씨의 이러한 행위는 구 의료법 17조 1항에 근거해 법적 판단이 필요했다.

구 의료법 17조 1항은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A씨가 한 행위가 ‘진찰’이 아니라면 진찰을 하지 않은 채 처방전을 작성한 것이므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과 2심 재판부는 A씨와 환자 사이에 이뤄진 ‘전화 통화’를 ‘진찰’이라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각각 판단을 달리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전화 통화가 ‘진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A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환자와 전화 통화한 것만으로는 진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 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뤄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 판례(1993년 8월 27일 선고)를 인용해 “진찰이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해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진단방법으로는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의사 A씨의 행위는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한 것이라 볼 수 없어 결과적으로 A씨가 환자에 대해 진찰을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