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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류를 위해 꿈의 나래를 펴라
전 인류를 위해 꿈의 나래를 펴라
  • 권미혜 기자
  • 승인 2005.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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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의학도여, 세계를 향해 도전하라”

 학문의 태생적 한계에 목말라하는 의학도들에게 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자유'와`도전'의 양날개를 달아준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넓은 세계로 나가자”면서 “사고의 낡은 껍질을 깨라”고 열정과 도전정신을 각인시킨 명강의가 초가을의 캠퍼스를 뜨겁게 했다.

 李鍾郁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한국인 최초의 세계기구 수장답게 그는 현장에서 체득한 오랜 경륜과 지식을 토대로 의대생들을 향해 “세계를 향해 앞으로 나란히”의 `구호'를 외쳤다. 그는 13일 연세의대에 이어 14일 서울의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인류 최대 질병인 소아마비와 천연두 퇴치에 기울인 WHO의 방역 활동과 역할을 소개한 뒤 소아마비 박멸사업 및 신종 바이러스질환의 연구와 퇴치, 금연 및 낙태문제 등에 얽힌 일화들을 전했다.

 李총장은 이 과정에서 후학들에게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것을 당부하면서 학업부담으로 인해 억압된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노크했다.

 강연에서 李총장은 강연에서 시종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어조로 의대 졸업 후 다양화·특성화의 길을 열어주는 설득력있는 작업을 시도, 후학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었다. 그는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에게 “돈을 지향한다면 의학은 그 길이 아니다”라고 선을 분명히 그은 뒤 학생들의 역동적인 방향 선회를 기대했다.
 李총장은 세계소아마비 박멸을 위한 국제 공조체계에 대해 전한 뒤 “전세계적인 노력 덕에 2003년 기준 세계 소아마비 환자가 784례로 떨어졌다”며 “현재 소아마비 및 의심환자 발생현황을 분석, 적극적인 질병관리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각국간 공조체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각국이 아직도 비상용으로 천연두 백신을 갖고 있다”며 “천연두가 무기화되는 정치적 테러리즘에 대비하여 비축분을 갖고 있다”고 WHO의 활동상을 공개했다.

 李총장은 “미국과 스칸디나비안 등 선진국들은 88년이후 WHO에 40억 달러 이상의 재원을 투입, 세계공중보건사업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GDP대비 0.06%의 재원을 투입, 국제적 기여도가 미미한 실정”이라고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이어 “세계는 0.7%까지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소 0.1%까지는 부담금을 올려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역할 제고를 기대했다.

 그는 곧 `핵심'으로 돌진했다.“`돈'을 지향한다면 의학은 그 길이 아니다”라고 단호한 어조로 훈계한 그는 “우리는 안락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호조건에서만 살았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고정관념과 틀을 깨고 더 큰 세상에 도전해 보라”고 강권했다. 그는 “WHO 등 국제기구에서 각자의 꿈을 세워 일하는 것이 진정한 도전”이라며 “남이 하지 않는 일을 고집하라”고 조언했다.

 李총장은 이를 위해 학창시절에 외국어습득과 폭넓은 독서를 통한 지적 충전에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한 뒤 암기위주보다는 광범위한 학습과정의 습득을 부각시켰다. 특히 학위 위주의 사회 병폐를 겨냥, “WHO 등 세계기구에서는 학위보다는 성과와 경력을 더 중요시한다”며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 제1인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현실과 싸워나가라”고 부추겼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날 새벽에 입국, 청와대 예방에서부터 언론 인터뷰, 보건복지부·외교통상부·통일부 장관과의 면담, 후원회 모임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강행군을 펼친 李총장은 학생들의 열띤 반응과 강연 후 빗발치는 질문세례에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틀에 박힌 `학교생활 - 시험'의 다람쥐 쳇바퀴에서 벗어나 책을 많이 읽으면서 `돈'보다는 전 인류를 위해 꿈의 나래를 펴라”는 격려에 학생들은 매료된 듯했다. 커리큘럼의 `우물안 개구리식' 강의에 의존하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무척 고무된 반응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중견교수들에서도 제자들을 아끼는 사제지간의 각별한 정이 묻어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의 열기가 맹목적인 `임상' 지향적 사고를 깰 수 있는 `도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권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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