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0:58 (화)
[특집] 코로나19 모범국 뒤엔 전 국민 건강보험과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특집] 코로나19 모범국 뒤엔 전 국민 건강보험과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 장동익 제34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0.05.2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 특집 [의사신문 60년, 의료계 역사의 순간]
③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도입···1977년 시작된 건강보험, 1989년 전국민 확대
의료계, 대형사업장에만 건강보험 적용되리란 생각에 저수가 체계 받아들여

전세계 팬데믹(Pandemic·대유행) 현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그로 인한 경제적 충격 등을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우리나라는 조기에 사태를 진화하면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방역 모범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역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국무총리인 신현확씨에게 하명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신현확 총리가 힘든 노력 끝에 의료계의 설득을 이끌어 내었고

2. 1963년 12월 의료보험법을 최초로 제정하였고

3. 1977년 종업원 5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초로 의료보험을 실시

4. 1979년 1월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을 실시

5. 1981년 1월 100인 이상 사업장 의료보험 실시

6. 1988년 1월 농어촌 지역의료보험 실시

7. 1989년 7월 도시지역 의료보험 시행 및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

8. 1998년 10월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출범

위 1~8항까지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출범해 지금의 거대한 공룡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여기서 거의 모든 국민과 우리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국민의료보험, 의료계, 코로나-19 극복의 연관성을 적어 본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의료 체계로 성장했다. 즉, 개인의 돈으로 의과대학 등록금을 충당했고 의사가 되어 병,의원을 개원하는 데에도 각자 개인의 돈으로 건물 및 의료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 반대로 유럽식 사회주의 의료체계에서는 국가가 의과대학 등록금 및 개원 비용을 모두 충당하고 국가가 관리하고 지급하는 월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의 의료보험제도 도입 초기에 먼 훗날을 내다보지 못했다. 의료보험제도 500~1000명 넘는 큰 사업장에만 국한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열악한 수가 체계의 의료보험을 받아들이는 실수 아닌 실수를 한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국가 중 가장 낮은 진료 수가와 각종 검사비, 수술비, 처치비 등은 다른 나라의 의료인들이 볼 때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딴 세상 얘기로 보일 정도이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10일이상 코로나19로 입원할 경우 본인이 4000만원 이상 부담을 하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코로나19로 확진을 받고 10여일 입원한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10만원 이하인 경우도 있다)

이같은 실수 덕에 저렴한 의료 수가가 책정되면서 의료인들은 과도한 진료 시간으로 인한 피곤함과 경영압박의 스트레스에 놓이게 되었다. 대신 국민들은 저렴한 의료비로 평등하고 앞선 의료 혜택을 받게 되었다. 이는 국가적으로는 큰 장점이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코로나 사태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열악한 수가로 인해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야만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의사들의 고통과 인내를 일반 국민들이 알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오히려 의사들을 폄하하고 부도덕한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일부 정치인, 국민들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체계가 코로나19 극복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관계를 짚어보겠다.

1. 민주주의 의료체계의 의사들에게 사회주의 의료체계의 수가를 적용한 ‘국민건강의료보험’에 모든 의료기관을 강제로 가입시켜 국민들과 정부에게는 지극히 이상적인 의료체계가 구축되었다.

2. 1항의 이상적인 의료체계로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단, 확진, 입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3. 평상시 열악한 수가의 진료로 여러 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에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많은 사례의 질병과 병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졌다.

4. 열악한 의료 수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새로운 의술과 치료 방법 등을 찾아내고 연구하고 있어 의료기술의 선진화를 이끌어 냈다.

5. 자의든 타의든 많은 환자를 진료하게 된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풍부한 경험으로 신속하게 방역, 검사, 치료에 나서 의료 선진국의 명예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6.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는 미국식 의료체계의 단점인 고가의 의료비와 유럽 사회주의 의료체계의 단점인 낙후된 의료체계를 보완한 ‘국민건강의료보험’ 시스템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탤름 맞아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극복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국민건강보험. 의사. 국민들의 질서 이 모든 것이 같이 흘러가고 있고 서두에 서술한 것처럼 이 나라의 국격 향상에 의사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열악한 의료 수가의 한계 속에서 우리 의사들의 양보와 희생이 바탕이 되어 코로나19 극복의 모범이 된 데에 우리 의사들도 놀라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의사의 희생에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픈 현실이다.

더불어 우리 국민들이 의사들의 희생을 인정해 주고 인격적으로 대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직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은 상생을 위한 희생을 가슴속에 겸손하게 각인하고 진료에 임한다면 국민들이 우리 의사들의 희생 정신을 알아주고 존경하는 날이 올 것임을 확신하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