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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단점 분명하지만··· 국민이 필요하면 폭넓게 논의해야"
"비대면 진료, 단점 분명하지만··· 국민이 필요하면 폭넓게 논의해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19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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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호주 한양대병원장
실상은 원격진료···"의료남용 우려되지만, 패러다임 변화 불가피"
별도 위치한 권역응급센터 활용해 중증감염환자 치료 고민중
윤호주 한양대학교 병원장.(사진=한양대학교 병원 홍보팀 제공)
윤호주 한양대학교 병원장.(사진=한양대병원 제공)

“비대면 진료가 갖고 있는 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의견을 나누는 장은 마련돼야 합니다. 아직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윤호주 한양대학교 병원장은 18일 의료전문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정부가 추진 의지를 드러낸 비대면 진료 정책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진료의 기본은 대면 진료'라는 기존 의료계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병원이 원격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거부하지 않고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 추진은 어느 정부에서든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청와대와 여권은 사실상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하면서 ‘비대면 진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윤 원장은 “원격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거부감이 있으니까 비대면 진료라는 말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진료와 비대면 진료는 사실 같은 말이지만 정치권에서 단어만 바뀐 것이라는 의미다. 

윤 원장은 원격진료의 부작용부터 짚고 넘어갔다. 그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검사 남용이 안 되려면 환자가 (의사에게) 정보를 충분히 줘야하는데, 비대면 진료로는 환자와 신뢰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아 (정보를 충분히 받기가) 어렵다”며 “검사를 다 해놓고 거둬들이는 격이 될 수 있어 의료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의료계 도움 없이 원격 진료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원장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마냥 거스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세시대 페스트부터 시작해 균들은 계족 변종하고 바뀌어왔다”며 “의료계의 (대면 진료) 패러다임도 바뀔 수밖에 없고 변화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이 느낀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는 의료계·사업계·정부가 함께 폭넓게 토의해서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한양대병원도 병원 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직원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 평소 매일 점심 때마다 진행하던 회의를 주3회로 줄이는 대신, 회의 때마다 감염과 관련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한 번은 코로나 확진자가 병원을 다녀갔는데 자가격리가필요한 사람은 단 1명에 그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이 동선체크를 위해 CCTV를 확인한 결과,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의료진·병원 직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 원장은 “질본에서도 바람직한 케이스로 꼽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정부에서 중증 감염병 관리를 맡긴다면 평시와 위급시에 따라 음압병실 운영을 어떻게할지 고민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 감염질환 환자 치료를 위해 지난 2017년에 신설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기존 병원 건물과 별도로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병원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윤 원장은 “(중증 감염질환의 경우) 동선을 짜는 게 어렵지만 한양대병원의 경우 권역응급센터를 새로 지어서 동선 분리가 쉽다”며 중증 감염질환 관리를 위해 한양대병원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윤 원장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병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윤 원장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를 맞아 환자들이 내원을 꺼리면서 올해 2~4월 병원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지난 3월엔 일시적으로 매출이 30%나 감소했다고 한다.

진료과 중에는 특히 내과계의 타격이 심하다. 윤 원장은 “내과계는 당장 수술할 필요가 없고 약만 타가면 되기 때문에 외과계보다는 타격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달 들어서는 병원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대형병원의 경우 환자 감소로 인한 부대사업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윤 원장은 “장례식장이 만실이라 하더라도 예전처럼 식사를 같이 하거나 하지 않는다”면서 “음식점이라든지 편의점이라든지 수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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