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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정부가 코로나 위기 틈타 원격의료·공공의대 날치기 추진"
의협 "정부가 코로나 위기 틈타 원격의료·공공의대 날치기 추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5.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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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성명 통해 '졸속 정책' 비판, "13만 의사 이름으로 용납 안할 것"

의료계가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19' 담론을 내세워 정부와 여당이 본격적으로 추진할 뜻을 보이고 있는 ‘원격의료’ 도입 방안과 ‘공공의대’ 설립 방안에 대해 '졸속 정책'이라 비난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과 공공의대 날치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13만 의사의 이름으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정부 방침에 대해 '사상 초유의 보건의료 위기의 정략적 악용'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적 재난을 악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비대면 산업 육성’을 내세워 추진 중인 원격의료는 이미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 추진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바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로서의 그 한계가 명확해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 소지가 불명확하다'는 의료계의 반대 입장에 전적으로 힘을 보탰었다. 

특히, 당시 민주당 일부 중진 의원들은 "원격의료 등 의료영리화 정책은 추진되어서는 안되는 정책"이라거나 "5분 거리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한국에 맞지 않는 제도", "원격진료는 일부 재벌기업에게만 이익을 주고 국민 의료비 상승과 안전하지 못한 의료가 될 것" 등의 발언을 내놨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2014년과 지금은 정권이 바뀐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도 없다"며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격의료는 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공약해놓고 ‘포스트 코로나19’라는 상표 하나를 덧붙여 국민의 이목을 속이려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또한 “정부가 양심이 있다면 정작 당사자인 의료계를 ‘패싱’하고 기재부와 산업계를 내세워 ‘산업 육성’, ‘고용 창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의협은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민간 의사들이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환자들의 건강을 지켜냈고 '덕분에 캠페인'의 주인공이 된 의료진들의 대부분은 민간의 의사였다"며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K-방역’은 민간 의료의 높은 역량이 공공성으로 발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공공의대를 졸업한 인력들을 반강제로 공공병원에 근무하도록 한다고 해서 보건의료위기를 공공부문의 힘만으로 극복해내겠다는 것은 착각이자 허구적 상상에 불과하다”며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병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부족, 낮은 처우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공공부문에 종사하기를 꺼리며 관료제 특유의 비효율성과 근시안적 계획으로 인해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무엇보다 '공공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만이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료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민간의 각 분야의 의사들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것이야 말로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정치권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원격의료와 마찬가지로 정책이 미칠 영향이나 그 실효성에 대한 고민은 미뤄둔 채 저마다 소속 지역에 공공의대를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명목 하에 지역구 선거공약으로 활용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의협은 "오직 '경제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겠다'며 보건의료정책을 악용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의사정원 확대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공의대 설립 방안’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우리나라는 의사 인력의 절대적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으로의 인력 쏠림에 따라 지역별 의료 인력의 수급 불균형과 이로 인한 의료 격차의 발생이 보다 심각한 문제”라며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양적이고 외형적인 인력 증원 보다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공공의료 취약성의 원인 파악과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이들은 "작년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 이후 직역별 의견 수렴 등의 보완적 논의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를 기화로 '공공의료 인력 확충'이라는 표면적인 명분을 내세워 공공의대 설립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국회의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협의회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 감염병 사태와 같이 의료계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정부가 민간의료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민간의료가 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수단임이 증명됐다”며 “공공의대 설립과 같은 불확실한 효과가 아닌, 보다 실효적이고 즉각적인 방안 마련을 통해 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이고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공공의료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공공의료 TF를 구성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정부 및 국회도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잘못된 정책 추진에서 탈피해 의료계와 함께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도움되고 필요한 정책 및 법안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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