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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추진 포석?···'원격의료≠비대면진료’ 선긋기 나선 정부여당
원격의료 추진 포석?···'원격의료≠비대면진료’ 선긋기 나선 정부여당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16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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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수석 발언 이후 원격의료 도입 논의 급물살, 주로 '비대면진료'로 표현
여 대변인 "원격의료는 비대면 포괄"···의료계 "말만 바꿨지 똑같은 정책"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참석했던 13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참석했던 13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

최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여당 혁신포럼 강연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 입장을 밝힌 이후 정부측 인사들이 줄줄이 원격의료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을 밝히며 동조에 나섰다. 다만, 결국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직 원격의료와 관련해 다소 신중한 입장이어서 정부측 분위기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와 여당 일부 인사들이 사실상 같은 의미인 ‘원격의료’와 ‘비대면 진료’라는 두 가지 용어를 의도적으로 구분 짓는 것을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이 향후 원격의료 추진을 위한 '밑밥'을 깔아놓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정부가 '원격의료'라는 용어 사용에 신중했던 것과 달리,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원격의료와 관련해 직접 '긍정'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다음날 정부 인사들은 곧바로 김 수석의 발언에 동조하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고 나섰다. 다만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대부분 원격의료 대신 '비대면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1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방역보건 전문가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일상화된 방역의 시대에는 비대면 진료 확대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이동이 필요하다”며 “스마트·비대면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고 방역.보건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최근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전화상담 허용 등) 한시적 조치들이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을 보여줬다”면서 “기재부는 비대면 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여당 인사들은 원격의료와 비대면진료 두 용어를 직접 설명하면서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도 했다.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전 정부에서는 원격의료 이슈와 의료민영화가 연계돼 있어서 구체적·세부적 논의가 제대로 된 적이 없고 그것(논의하는 것) 자체로 터부시됐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교과서상 정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비대면 의료는 의사와 환자가 얼굴을 맞대지 않는 진료고, 원격의료는 IT(정보기술) 개입까지 넓힌 광범위한 부분이라 (둘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15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원격의료 허용과 비대면 진료활성화 논의는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역시 두 용어를 구분해 사용했다. 남 위원은 “원격의료는 의료접근성에 제약을 받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의 정책”이라며 “(비대면진료는)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 감염병예방법 등에 근거해서 감염병 확산 등 재난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인의 안전을 담보하며 진료를 보장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원격의료와 비대면진료 구분 짓기에 나선 까닭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원격의료 정책을 반대했던 민주당 입장에서 원격의료 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동시에 의료계에서 원격의료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해당 사안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원격의료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4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김연명 수석이 코로나19 때문에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분에 대해 비대면 의료를 했더니 성과가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인데, 이는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의 이야기”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격의료 정책 추진에 맞장구치는 정부부처 장관들의 발언과 결을 달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조정식 정책위의장 역시 “원격의료보다는 비대면 의료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다”며 두 용어를 구분해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의 이러한 태도에 의료계는 부정적이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원격진료와 비대면진료가 뭐가 다르냐”며 “사실상 같은 말인데 ‘비대면진료’가 더 포괄적인 용어”라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비대면진료는 환자와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진료의 반댓말로, 산간·오지지역 등 원거리에서 진료를 하는 원격진료를 포함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염 위원장의 발언은 ‘비대면 진료를 포함해서 정보기술(IT)이 개입될 수 있는 영역까지 포함’한다며 원격진료를 보다 광범위한 개념으로 본 허윤정 대변인의 발언과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대책위원장은 “용어만 바꿨지 결국 똑같은 정책”이라며 “원격진료를 의협에서 반대하니까 말만 살짝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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