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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팩트체크···현실 속 의대교수 5인에게 묻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팩트체크···현실 속 의대교수 5인에게 묻다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15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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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 열고 수술하는 도중 환자 의식 깨우는 '각성 수술'부터
소아에게 이식 위해 성인의 간을 4분의 1조각 내는 수술까지
드라마 속 기묘한 에피소드, 어디까지 현실서 일어날 수 있을까

“자두만 한 심장이 이렇게 힘차게 뛸 줄 몰랐습니다. 교수님, 저 흉부외과 가겠습니다!”

본과 실습생 시절, 훗날 흉부외과 교수가 되는 김준완(정경호 분)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이때 효과음으로 깔린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는 시청자를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흉부외과 ‘써전(surgeon)’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감동적인 순간. 실제 수술실에서도 심장 소리는 크게 들릴까? 

왼쪽 위부터 손호성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형중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임인석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각 대학병원 홍보팀 제공)
왼쪽 위부터 손호성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형중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임인석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각 대학병원 홍보팀 제공)

지난 3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최고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화제몰이 중인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의사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어디까지가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일까. 드라마 속 ‘율제병원’ 교수 5인방 대신 실제 대학병원 교수 5인을 통해 현실 속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얼마나 가능할 지 팩트체크를 진행해봤다.

◆손호성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

Q1. 쿵쿵거리는 심장소리, 수술실에서 정말 들릴까?

“20년 넘게 수술을 하고 있는데 수술실에서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심장소리를 의식하면서 수술한 적도 없는 것 같다(웃음). 다만 심장이 힘차게 뛰는 모습은 육안으로도 보인다. 심장이 뛰는 걸 만져보면 생각보다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인턴,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평생 못 잊는 경험으로 꼽는다.”

Q2. 김준완(정경호 분) 교수는 수술실에서 본과생들에게 심장을 만져보게 하고 흉부외과로 오겠다는말에 각서를 쓰라고 말한다. 각서, 아직도 있을까?

“옛날에 장난 반으로 ‘도망가지 말라’면서 각서를 쓴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지만, 실제로 각서를 써본 적도, 권유한 적도 없다(웃음). 흉부외과 지원자가 적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은데 흉부외과는 정말 매력 있는 과다. 물론 힘들다. 하지만 ‘진짜 의사’ 같다. 처치를 바로바로 하면 환자가 살아나는 게 눈에 보인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

Q3. 소아 심장 수술을 마친 뒤 가슴을 닫지 못하고 스티커를 붙여놓은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을까?

“심장 크기가 안 맞거나 수술 후 상태가 좋지 못해 가슴을 못 닫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어른들의 심장은 아이들의 몸에 비해 크다. 어느 나라가 그렇듯 장기 기증자도 부족하다. 아기 심장을 받을 일은 거의 없다. 수술 후 상태가 안 좋아서 심장이 부어 있으면 못 닫는 경우가 있다. 심장이 부은 상태에서 가슴뼈를 닫으면, 압박을 받아 피가 잘 안 채워지거나 혈압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형중 한양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Q4. 채송화(전미도 분) 교수가 집도한 수술 중 ‘각성 수술’이 눈에 띈다. 두개골을 열고 수술하는 도중 환자의 의식을 깨우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뇌 조직에서 신경 교정을 해야 하는 경우는 일부 각성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유가, 두피를 절개할 때는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만 두개골을 떼어내고 뇌를 감싸고 있는 막을 벗기면, 뇌 자체는 통증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말을 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은 마취가 달라서다. 일반적인 전신마취는 기체로 흡입 마취를 시키는데, 각성수술을 할 때는 정맥으로 마취제를 흘려보내는 정맥 마취를 한다. 기관 삽관을 안 하므로 말하는 게 가능하다.”

Q5. 채송화 교수는 신경외과를 택한 이유로 ‘앉아서 수술할 수 있어서’라고 꼽는다. 신경외과는 앉아서 하는 수술이 정말 많을까?

“저 역시 앉아서 수술하려고 신경외과를 지원했다(웃음). 척추수술이나 외상성 뇌출혈 등 일부 수술을 제외하면 신경외과에서는 앉아서 하는 수술이 대부분이다. 뇌를 감싸는 막을 벗기고 뇌를 들여다보면서 해야 하는 수술은 현미경을 봐야 해서 앉아서 수술을 한다. 서서 수술을 하면 손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데 앉아서 하면 팔을 지탱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Q6. 이익준(조정석 분) 교수는 성인의 간을 소아에게 이식하기 위해서 간을 4분의 1로 잘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간을 여러 번 잘라서 이식하는 것이 가능할까?

“기술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가능한 이야기다. 소아의 경우 성인 간을 절반 잘라도 클 수 있다. 너무 크면 장착이 잘 안 된다. 간은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체중과의 비례를 따지기 때문에 기능상 문제도 없다.”

Q7. 이익준 교수는 극 중 다재다능한 천재로 나온다. 특히 복잡하고 정교한 수술을 잘 하는 의사로 표현된다. 간담췌외과 수술이 대부분 복잡한가?

“간담췌 수술은 어려운 수술이 많다. 수술시간도 제일 길다. 수술이 끝나도 새로운 시작이다. 합병증까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췌장암 같은 경우는 수술 후 사망률도 5%나 보고된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이 많지만 그만큼 얻는 보람이 크다. 외과의 꽃은 간담췌다.”

◆임인석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Q8. 안정원(유연석 분) 교수는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이 환자들을 달래기 위해 개그맨을 자처한다. 인형과 장난감을 동원해 선보이고 우스꽝스러운 목소리 모사까지 하며 진료를 본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한 노하우가 있나.

“사탕이나 스티커를 사용한다. 스티커는 직접 구매한다. 스티커를 여러 개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고르라고 하면 금세 밝아진다. 아이들이 우는 이유는 보통 질병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일 것이다. 나이가 좀 있는 아이들에게는 차분히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Q9. 안정원 교수는 자신의 손을 거쳐서 죽어간 아이들을 떠올리며 술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기억에 남는 어린이 환자가 있는가.

“심장이 안 좋은 7살 어린이로 만나 스무 살이 넘은 청년이 된 지금까지 연락을 해오는 환자가 있다. 진료를 보러 와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참 보람있고 뿌듯하다. 1986년부터 환자를 봐왔다.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성인 환자를 진료하면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싹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아과 의사라는 점이 뿌듯하다.”

◆홍순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Q10. 양석형(김대명 분) 교수는 무뇌아를 임신한 산모를 위해 출산 시 ‘신생아의 입을 막으라’고 전공의에게 지시한다. 실제 수술 현장에서 갓 태어난 아이의 입을 막는 일이 가능할까?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태아의 입 안에 있는 양수를 제거해주는 것이 첫 번째로 할 일이다. 다른 사람의 감성적인 만족을 위해 태아 호흡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Q11. 출산일이 임박한 산모가 새벽에 갑자기 출혈을 일으켰다. 당직자는 수술 경험이 없는 2년 차 전공의 뿐인 상황에 양석형 교수는 전화로 지시할 테니 수술을 진행하라고 한다. 말 그대로 ‘응급상황’인데 산부인과에서도 이러한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하나.

“자주는 아니고 드물게 있다. 임상현장에서 태아심박동이 감소하여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게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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