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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남시 호흡기전담클리닉···도서관이 의료시설로 변신
[르포] 하남시 호흡기전담클리닉···도서관이 의료시설로 변신
  • 이한솔 기자
  • 승인 2020.05.14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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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 전국 호흡기클리닉 1000곳 운영···5월중 개방형 500곳 우선 설치
하남시, 선별진료소와 연계해 사전 문진 통해 클리닉 이용환자 선별
3월부터 누적 진료인원 153명 불과, 경쟁 아닌 의료기관 보호가 목적

정부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에 ‘호흡기전담클리닉’을 1000곳 정도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지자체가 보건소나 공공시설을 제공하면 지역의사가 진료에 참여하는 방식의 '개방형 클리닉' 500곳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선 보건소에는 5월중에 개방형 클리닉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을 두고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일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 대다수는 환자를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아직 호흡기 전달클리닉이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의사신문이 지역 공공도서관을 이용해 개방형 클리닉을 운영 중인 하남시를 직접 다녀왔다. 

◆도서관 1층에 설치, 의사1명 등 6명이 한 팀···입출구 별도 마련해 감염위험 방지

하남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하남시 보건소 옆에 위치한 신장도서관 1층에 자리를 잡았다. 사전예약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받기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먼저 보건소는 사전예약시스템을 통해 간단한 문진으로 코로나19와 ‘역학적 연관성’을 파악한다. 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선별진료소’로, 비교적 경증의 호흡기질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예약을 잡아준다. 

현재 호흡기클리닉은 진료를 맡고 있는 의사 1명과 건물 내에 소독 전담자를 포함한 간호사 2명, 외부 행정인력 2명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방문자를 확인하는 인력 1명 등 총 6명으로 운영된다. 의사는 지역의사회 소속 민간 의료기관 의사 8명과 군의관 1명, 보건소 소속 의사 1명과 의사자격이 있는 보건소장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클리닉은 사전 예약된 차량과 환자만 입구를 통해 들여보내고 있었다. 교차감염을 막기 위해 설치한 부스를 사이에 두고 직원이 환자에 대한 신원 조회 절차를 마치면 환자는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 의사는 진료실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채 간이 부스에 손을 넣어 환자를 진찰하고 최종적으로 코로나 의심 여부를 판단한다. 입구와 출구를 별도로 마련해 혼란과 감염위험을 방지했다.

만약 의심환자일 경우 선별진료소로 안내한다. 일반 경증 호흡기질환일 경우 처방전을 내려 약사회가 지정한 인근 약국에서 ‘약속처방’을 받게 된다. 해당 약국의 약사는 일반환자와 섞이지 않도록 밖으로 나와 처방전과 신용카드 같은 결제수단을 받은 뒤, 다시 약국으로 들어가 약을 조제한 뒤 이를 환자에게 인계하는 시스템이다.

클리닉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 손한별 소청과 전문의

이날 진료를 맡은 손한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정밀검사가 아니라 간단한 진료를 보는 목적에는 부족하지 않게 준비돼있고, 소독과 음압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며 “아직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환자입장에서 가장 안전하게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흡기클리닉이 병원과 경쟁? 의협 "의료기관 보호해 의료시스템 붕괴 막자는 취지"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국적으로 수백 곳의 호흡기클리닉이 설치되면 동네병원으로 가야 할 일반 감기환자까지 끌어들여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호흡기클리닉 설치를 먼저 제안한 것은 의료계다. 의협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1월말부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의료기관 폐쇄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감염환자를 전담할 '호흡기전담안심클리닉'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정부가 지난 4일 열린 '의병정 협의체(의협·병협·정부간 3자 협의체)' 회의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를 위한 초안을 마련해 발표한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의료기관을 보호해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고 결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라며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을 세워 진료를 받아야 할 다른 질환자가 의료기관 방문을 기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의 필수 일반진료를 정상화하겠다는 게 클리닉의 설립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남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이후에도 이곳을 찾는 환자는 많지 않았다. 하남시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누적 진료인원은 총 153명으로 집계됐다. 

클리닉측도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는 이유가 의료기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구성수 하남시보건소장은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보건소는 매뉴얼대로 할 수 밖에 없고, 결국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이 문을 닫고 만다”며 “의료기관과 보건소는 한 몸이며 모두 안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시 보건소 격리대기실

한편, 클리닉과 이동 동선이 차단된 도서관 건물 2~3층에는 10실의 격리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 할 자택이 없는 자를 위한 시설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TV와 전자레인지, 냉장고, 침대 등 잠깐 머물더라도 편하고 안전한 구성에 힘썼다고 전했다.

구성수 보건소장은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가 지역주민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자원해주신 의료진에 감사드리며, 이번 기회를 통해 의료인의 선한 취지를 알리는데 순기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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