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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이 너무 까다롭다는 얘기 듣고 오히려 안심했죠”
“방역이 너무 까다롭다는 얘기 듣고 오히려 안심했죠”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5.13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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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윤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감염관리실장
일산병원, 코로나 초기부터 레벨D 착용, 워킹스루 도입 등 신속 대응
감염관리감시단 통해 원내 모니터링, 확진자 다녀가고도 추가확진 없어

“환자나 보호자들이 우리 병원에 오면 방역대책을 너무 철저하게 해서 까다롭다고 얘기해요. 그때서야 (오히려) 우리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윤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감염관리실장<사진, 감염내과 교수>은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일산병원의 방역 시스템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산병원은 고도의 방역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업무의 효율은 높일 수 있도록 원내 시스템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일산병원은 원내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병원 출입 시 모바일 시스템과 키오스크를 통해 출입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하고, 안전이 확보된 내원객은 요일별로 다른 색깔의 스티커를 부착하게 하고 있다. 

또한 병원 직원들은 일상에서 개인방역을 철저히 함은 물론, 병원 측이 마련한 다양한 감염 예방 교육과 함께 하루 2차례 발열체크 및 증상 보고를 체계화했다. 증상 발현 시엔 즉시 쉴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직문화도 개선 중이다.

이렇게 일상적인 방역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하다 보니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 사이에서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불평도 나온다. 하지만 철저한 감염관리를 위해 환자들도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일산병원은 앞서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고양시에서 가장 먼저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왔다.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해 검체를 채취하도록 하고 이와 더불어 '워킹스루' 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호흡기 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동형 음압기가 별도 설치되어 있는 안심진료소도 운영 중이다.

박윤선 실장은 코로나19가 일상화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일산병원의 의료진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 구성원들이 합심해 일산병원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위기를 맞아 모든 병원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비상태세에 돌입해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는 “우선 병원장과 진료부원장 등 병원 경영진부터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이 매우 철저하고 위기관리 능력도 탁월해서 때로는 (감염내과 전문의인) 제가 체크하지 않은 것까지 함께 챙겨줄 정도”라면서 “이런 점이 원내 안전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산병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2개의 음압병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사태 이후 선별진료를 위해 임시로 설치했던 텐트형 진료소와 환자대기소를 아예 견고한 조립식 건물로 다시 지어 안전성을 높였다. 선별진료소 옆에는 별도의 전용 화장실도 설치했다.

박 실장은 “의심환자를 보는 선별진료소 특성상 안심진료와는 동선도 완전히 다르게 배치했다. 의료진이 레벨 D 방호복과 마스크를 쓰면 말하기조차 어려운 점을 감안해 환자와 영상통화가 가능토록 설계하고 필요 시 대면진료를 하게 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병원 경영진의 남다른 의지가 없이는 추진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산병원은 해외출장을 앞둔 기업인들에게 그 나라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건강상태를 검사하고 건강상태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이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빠른 시일 내 ‘원스톱 진단’이 가능하게 했다. 

박 실장은 “검사부터 진단서 발급까지 24시간 이내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최대 50명의 병원 인력들이 평소에는 일상적인 업무를 보고 있다가 필요 시 진단업무에 투입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를 위해 진단검사의학과, 간호부, 진료협력센터를 비롯해 연관된 모든 부서와 유기적으로 협력했음은 물론이고 외교부와 산업자원부 등의 관련 정부부처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줬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일산병원은 국내 유일의 '보험자' 병원으로서 코로나 사태 이전인 지난 2013년부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운영하며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병문안 자제 등 병원 방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힘써왔다.

박 실장은 “이러한 경험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이후에도 일반 병동을 한시적으로 좀 줄이고 의심환자 병동, 음압병실을 늘렸을 때도 외부 감염 요인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그 결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현재 일산병원은 방역을 잘 하며 정상적으로 병원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감염관리실, 총무팀, 의료기획팀 직원 등으로 구성된 원내 ‘감염관리감시단’을 운영하며 병원의 감염관리 상황을 자체 모니터링함으로써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덕분인지 실제로 일산병원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적이 있었지만 원내 감염관리체계가 신속하게 발동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박 실장은 “생활 속 방역으로 정부 방역 지침을 전환한 이후에도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또다시 대규모 감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아무리 그래도 계속 집에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적절한 환기 등 일상 속에서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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