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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은 마트 이용도 자제하라고?···용인시 도발에 의료계 발끈
의료인은 마트 이용도 자제하라고?···용인시 도발에 의료계 발끈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1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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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의료인 대형상가 이용 자제, 위반시 손배 묻겠다" 공문 발송
의료계 "의료인에 감염병 확산책임 묻나"···시 "예방 강화 취지" 해명

용인시가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에 대해 대형마트나 유흥시설 이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용인시는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도 삽입했다가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곧바로 수정된 2차 공문을 배포해 논란을 잠재우는 듯 했으나, 대한의사협회가 용인시청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용인시는 11일 용인시 수지구 의료관계 협회와 의료기관, 약국을 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의료기관 및 약국 감염예방·관리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시는 공문을 통해 의료기관, 약국 종사자에 “다중이용시설(대형상가 및 유흥시설 등) 이용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계의 공분을 산 대목은 그 다음 항목이다. 용인시는 “이를 위반하여 의료기관 및 약국의 종사자가 다중이용시설 이용 후 코로나19 감염이 발생 또는 확산시킬 경우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 의거 '손실보상'이나 추가 방역조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해당 공문 내용을 접한 의료계는 반발했다.  

용인시 기흥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박종훈 올리브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용인시의사회 부회장)은 “말이 안 되는 공문”이라며 “의료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은 결국 의료기관에 감염병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처인구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김형준 서울삼성의원 원장(용인시의사회 부회장)도 “황당했다”고 밝혔다. 정현돈 서울강한정형외과 부원장은 SNS를 통해 “확진자도, 의심환자도, 격리대상도 아니고 단순히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다른 시민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기동훈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의료인들에게 따로 마트를 이용할 시간을 주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마트 이용금지 및 처벌을 운운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로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최전선에 선 의료진들을 위해 전용 쇼핑 시간이 등장하고 있다.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소방관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용인시는 이날 곧바로 두 번째 공문을 내놨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의료기관 및 약국 감염.예방 수정 안내’라는 제목의 두 번째 공문은 “기 보내드린 공문으로 불편하게 해드린 점에 대하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면서 처벌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설명에서 “대형상가 및 유흥시설”을 “유흥시설, 콜라텍 등”이라고 수정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오늘 낮 12시경 ‘입장 철회’ 내용을 담은 항의 공문을 용인시청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항의 공문에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 요청은 책임을 과도하게 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의료기관의 고통을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을 담았다. 

일단 수정된 2차 공문이 나온 뒤 해당 지역의사회의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진 듯한 모습이다. 

김형태 용인시의사회장은 “1차 공문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반발이 거셌으나 2차 공문이 나온 직후에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이 다시 확산되고 성남시에서 간호사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 예방에 집중하고자 했던 정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공문 작성 과정에서 의료진들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시의사회는 지역의사회 차원의 항의 공문을 낼 지에 대해선 오는 15일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홍현정 용인시청 보건행정과 의약무관리팀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고 예방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배포한 공문이지 절대 처벌을 위한 공문은 아니었다”면서 “예상치 못한 반발이 너무 커서 굉장히 당황스럽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에 손해배상 청구를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저희가 의료진분들을 처벌하냐”며 “절대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던 것이) 아니다”라며 당혹스러움을 호소했다.

용인시는 12일 중 추가 해명을 위한 공문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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